도시의 일상은 규격화된 삶이다. 아파트란 삶의 공간에 산다고는 하지만, 열린 공간이 아니고, 닫친 곳이다. 도로엔 승용차 등이 거의 모두를 독차지한다. 도시의 모든 일상을 바쁜, 시간이 지배한다. 느림의 미학은 없다. 슬로시티(Slow City)는 어느 특정한 지역에만 국한된다.
슬로시티는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를 보호한다. 여유와 느림을 추구한다. 전통과 자연을 보전한다. 유유자적하고 풍요로운 도시를 만들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 이는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 농촌은 어디를 가도, 슬로시티의 모습이다. 농촌은 계절마다 하늘과 땅이 바뀐다. 봄에서 겨울까지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우리들의 눈앞에 드러내 보여준다. 여기에다 농촌의 인심은 각박한 도시인들에겐 전혀 낯설다. 도시인들은 귀촌·귀농이 하나의 꿈이다.
지난 2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12월 농업인 1천259명과 도시민 1천500명 등을 대상으로 ‘농업·농촌에 대한 2018년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도시민의 31.3%는 은퇴 후 귀농·귀촌 의향이 있다. 연령별로는 50대의 42%가 귀농·귀촌 의향이 있다. 40대가 36.9%, 60세 이상이 34.3%, 30대 이하가 20.4% 등 순이었다. 귀농·귀촌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에게 구체적 시기에 대해선 ‘10년 이후’라는 답은 22.1%, ‘10년 내’는 15.5%, ‘5년 내’는 8.1%, ‘3년 내’는 4%였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8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2017년 귀촌한 가구 중 조사 대상 1,250가구의 19.7%가 귀촌 후, 5년 이내에 농업에 종사했다. 귀촌인 5명 중 한명은 귀농인이 된다는 뜻이다.
귀농이든 귀촌이든, 도시인들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사전 교육이나 체험이 필요하다. 이점에선 단연코 안동시가 앞서고 있다. 안동시농업기술센터는 지난달 30일 가톨릭상지대학 아네스관에서 가톨릭상지대학교와 수도권 거주 귀농·귀촌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귀농·귀촌학교 ‘귀농·귀촌 체험실습과정 1기반’ 수료식을 개최했다. 이번 1기 교육과정은 지난달 9일부터 31일까지 4주간 운영됐다. 이론교육 70시간, 현장 실습 62시간으로 진행됐다. 교육에 참여한 수강생은 답답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귀농·귀촌의 꿈을 가지고, 신청한 귀농·귀촌 학교를 통해 체계적인 이론교육과 현장 실습 체험으로 귀농·귀촌준비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귀농·귀촌 학교 교육과정은 농촌에 귀농 또는 귀촌을 계획하고 있는 도시민들이 대상이다. 지난달부터 오는 11월까지 ‘귀농·귀촌 체험실습과정 1~3기’로 운영된다. 농촌 현장에서 실제 귀농·귀촌 체험을 통해 귀농·귀촌을 경험하고, 준비한다. 장래의 귀농·귀촌의 체험실습과정이다. 농업기술센터는 현재 안동시는 귀농·귀촌 인구 유입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교육 설계, 귀농·귀촌 정책안내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통계청의 2017년 귀농·귀촌통계조사 결과, 경북도가 14년간 귀농 1위를 굳건히 지켰다. 경북에는 지난해 2,316가구(3,469명)가 귀농했다. 전국 귀농 1만2,630가구(1만9,630명)의 18.3%를 점유했다. 시도별로는 경북이 2,316가구로 전년에 이어 가장 많았다. 전남(1,925가구), 경남(1,668가구), 충남(1,384가구) 순이다. 경북도내에서는 의성군(177가구)이 가장 많았다. 상주시(174가구), 영천시(154가구), 안동시(136가구), 봉화군(134가구), 김천시(133가구) 순으로 많았다. NH투자증권 100세 시대 연구소는 최근 ‘2018 대한민국 농촌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귀촌·귀농의 이유는 도시의 삶에 대한, 대안적인 것이었다. 역시 팍팍한 도시를 떠나서, 전통이 살아있는 농촌을 그리운 것이다. 경북도, 안동시, 안동시농업기술센터는 협동하여, 웅도 경북도청이 있는 안동시가 귀농·귀촌의 1번지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