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름답다. 철따라 피는 꽃과 푸른 하늘, 온갖 멋진 풍경과 맛있는 음식, 위대한 예술과 사상. 이러한 것들은 함께 호흡하며 향유하기에 차고도 넘치며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매일 우리의 삶에 활력과 기쁨을 주고 있다.
그런데 질병이나 교통사고 등 여러 이유로 이토록 풍요로운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으니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지만 1928년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명함으로써 수많은 생명을 살렸고, 그 후로도 진보된 의학기술이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켜온 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교통의 영역에서도 얼마든지 사람의 노력으로 생명을 지켜낼 수 있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작년 한 해 동안 3781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는데 이는 매년 평균 1만명씩 사망한 1990년대에 비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임과 동시에, 그동안 경찰과 유관단체, 시민들의 노력이 얼마나 지대했는지 짐작케 해준다.
하지만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수를 보면 OECD 평균이 1.1명, 우리나라가 1.9명으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 역시 알 수 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교통사고예방을 위한 대책수립과 집행은 절대 경찰의 노력만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등 다양한 도로관리청은 물론, 교통안전공단과 같은 연구기관과도 적극 협력할 것이 요구되는 고도의 협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각 기관은 국민의 생명보호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고 나름대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야 되는데 연구기관은 경찰의 교통사고분석 및 안전시설의 타당성검토 요청에 대해 고견을 제시하고, 도로관리청은 시설물 설치와 관련해 예산을 충분히 편성하고 또 조기에 집행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무엇보다도 운전자와 보행자 스스로가 교통법규를 지키고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선진화된 교통의식이 절실하다. 아무리 명약이라도 먹지 않으면 소용없고 아무리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라도 학생 스스로가 학습하지 않으면 허사인 것처럼 말이다.
경찰에서는 음주운전을 비롯해 과속이나 중앙선침범, 신호위반 등의 주요 사고요인 행위에 대해 꾸준히 단속을 해나가는 한편, 특히 치명적인 과속운전을 줄이기 위해 유럽 선진국들처럼 도심부 제한속도를, 시속 50킬로 내지 30킬로로 낮추는 정책을 점진적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어려운 문제도 쉬운 데서 출발하고 큰 불법도 작은 일탈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시민 모두가 기억하고, 어쩌면 사소해 보이는 교통질서를 잘 지켜나감으로써 나중에 생길지도 모르는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비용과 개인적 손해를 미연에 방지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