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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대한민국 제2축구종합센터 예천 후보지의 공간인문학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04.23 20:30 수정 2019.04.23 20:30

이 몽 일 지리학박사
경북환경연수원 객원교수

대한축구협회가 제2축구종합센터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어떤 용도의 터든 터를 고르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메기장 심을 밭에는 메기장을 심고 삼을 심을 밭에는 삼을 심으라’는 토의지법(土宜之法)이나, ‘모든 사물은 제자리가 있다’고 하는 물물각득기소(物物各得其所)와 같은 옛말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터가 중요한 역할을 함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축구종합센터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잘 훈련시켜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있다. 선수들의 튼튼한 체력 배양과 강인한 정신력 함양이 필수 조건이다. 체력은 깨끗한 자연환경이 모태가 되고, 정신력은 주변의 빼어난 인문환경이 기제가 된다. 자연의 기운과 인문의 기운이 하나로 융화된 곳이 최적지라면 축구종합센터 예천 후보지가 그에 부응한다. 먼저 예천 후보지가 지닌 자연적인 특장점 다섯 가지부터 살펴보자.
첫째, 처녀지(處女地)이다. 예천 후보지인 개포면 경진리 산19-1 일원은 사람이 살거나 개간한 적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땅이다. 복토지대와 달리 지기(地氣)가 온전히 보존돼 있는 생토지대다. 지기가 충만한 곳일수록 성취도도 높다.
둘째, 용혈(龍穴) 구릉지이다. 후보지는 해발고도 100m 안팎의 낮은 구릉지로 되어 있다. 억겁의 세월 동안 해와 달, 그리고 별빛의 하늘 기운과 땅속의 기운이 하나로 뭉쳐져 있는 기(氣) 에너지의 보물 창고다. 그 구릉지를 터 닦아 각종 시설물이 들어서기에 평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상서로운 기운을 누릴 수 있다.
셋째, 산수 배체지(配體地)이다. 산도 물도 다 기 덩어리이다. 기는 음이온이다. 사람의 몸은 양이온보다 음이온이 많아질수록 신체 기능이 활성화된다. 예천읍 한천변에 있는 국내 최고의 육상전지훈련장이 여실히 입증하듯 축구장종합센터 건립 후보지를 감싸고 흐르는 내성천 물줄기 또한 천연의 음이온 발생 장치로서 기능한다.
넷째, 탁기불입(濁氣不入) 지대다. 중국발 매연이나 미세먼지, 황사 등은 후보지의 서북쪽으로 길게 뻗은 소백산줄기에 부딪혀 하늘로 올라가 버리기 때문에 그 아래 지역은 늘 청정한 공기를 유지한다.
다섯째, 후보지를 둘러싼 올록볼록한 용의 등(산 능선)과 내성천의 흰 모래밭은 축구선수들의 체력 단련을 위한 최적의 장소다. 멕시코 청소년축구 4강 신화는 산소가 부족한 고산지대에 적응하기 위해 동해안 모래사장을 달리며 폐활량을 키운 훈련을 한 덕분이었다.
다음은 인문적인 특장점 다섯 가지이다. 첫째, 예부터 나라 안의 명산 중의 명산으로 손꼽혔던 양백(태백과 소백)산은 예천 후보지의 뿌리이다. 등정을 통해 옛 선현들이 닮고자 했던 그 웅혼한 기상을 마음에 담을 수 있다.
둘째, 국궁과 양궁의 본향인 예천의 활 문화를 자주 체험하여 축구선수로서 자기 자신을 극복하고 주위 환경의 자극에 동요되지 않는 집중력을 키우는 정신수양을 할 수 있다.
셋째, 후보지 주변에는 국난기 때 나라를 위해 헌신한 약포 정탁, 서애 유성룡, 청음 김상헌, 여러 독립운동가 등 애국 관련 인문 유적지가 많다. 국가대표로서 나라사랑하는 마음과 인문정신을 고취하는데 더없이 좋은 곳들이다.
넷째, 후보지는 초승달(신월)지대로서 발전일로에 있는 경북도청신도시권 안에 있다. 새 부지로 확정된다면 만월을 향해 나아가는 도시 분위기를 타고 상생의 묘미를 발할 수 있다.
다섯째, 양백지간(兩白之間)에서 생산되는 무공해 물과 식자재들은 이 일대의 빼어난 식(食)문화를 선도해 왔다. 좋은 먹거리들은 선수들의 신체 건강은 물론 건전한 정신을 키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옹골찬 땅기운과 훌륭한 인문적 기운이 서려 있는 곳, 그곳이 바로 한국 축구종합센터 예천 후보지이다. 이 굴지의 명당에서 손흥민처럼 강인한 체력과 겸손한 인품을 갖춘 훌륭한 축구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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