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화재참사가 일어난 경남 밀양을 방문해 고인들의 넋을 기리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무거운 표정으로 영정 사진들을 꼼꼼히 살피며 유족들의 눈물섞인 토로를 경청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밀양행(行)은 세종병원 화재 참사가 발생한지 하루만에 이뤄졌다. 이번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감안해 긴박하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오전 11시부터 50분동안 밀양을 방문해 세종병원 화재로 인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헌화, 분향하고 유족을 위로했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유족들에게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냐"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국가가 제대로 지켜드리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고, 국민과 함께 노력하는 가운데 이런 화재참사가 연이어 발생해 안타깝고 죄송함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45분 대통령전용 고속열차 편으로 경남 밀양에 도착했다. 이후 곧바로 승용차로 갈아 타 밀양문화체육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쥐색 코트에 검은색 정장 등 상복 차림을 한 문 대통령은 침통한 얼굴로 차에서 내렸으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문 대통령을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분향소로 들어가기 직전 합동분향소 앞에서 유족 등을 돕고 있는 관계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후 분향소로 이동해 참모들과 헌화, 분향과 함께 묵념을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으며 영정 사진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았다.
해당 관계자는 문 대통령에게 "분향소에는 총 37명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며 "중상자가 있어 추가로 늘어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어두운 표정으로 "사인이 다 감식된 건 아니죠?"라고 물었다.
뒤이어 문 대통령은 영정사진 왼쪽 편에 모여 있는 유족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건네며 위로했다.
박 대변인은 유가족들이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이 좋은 일로 밀양을 찾아줬다면 얼마나 좋았겠나. 참사로 밀양을 찾은 대통령 마음도 아프겠지만, 유가족의 서러운 마음을 어떻게 다할 수 있겠는가"라며 "그래도 대통령이 이렇게 찾아와 위로해주니 감사하다. 우리나라 안전대책이 너무 취약하니 제대로 좀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또 "대통령이 사람사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여러 공약도 했고 노력하고 있는 것도 안다"며 "이번 현장에서 보니 소방관들이 너무 고생하고 장비도 열악했다. 소방관들이 국민을 위해 제대로 헌신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박 대변인이 설명했다.
아울러 "사람이 아프고 약해질 때 찾는 곳이 병원인데 병원에 와서 목숨을 잃은 것이 어이없고 화가 난다"는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검은 상복을 입은 한 여성 유족이 오열하며 바닥에 주저앉자 그의 어깨를 감싸안고 눈을 맞추며 위로하기도 했다.
‘유족은 아니지만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말하겠다’고 밝힌 한 시민은 "참여정부 시절 만든 재난대응 매뉴얼이 다 없어졌다고 하는데 그것을 다시 찾아 운영해달라"며 "어떤 소방장비는 소방관이 사비로 구입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직접 신경쓰고 챙겨달라"고 부탁했다. 이외에도 "구조투입이 늦어 살릴 수 있는 생명도 잃었다", "희생자 수습 후 관리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어 그것을 보아야하는 유족으로서는 너무 고통스럽다"는 등의 지적과 요청이 이어졌다.
특히 세종병원 의료진 유족들은 "마음만 먹었으면 얼마든지 살아나올 수 있었을 텐데 마지막까지 환자들을 대피시키려 하다가 희생된 것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이 희생을 국가가 잊지말고 잘 받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내년이 아니라 올해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챙겨나가겠다"며 "신속한 원인파악과 사고수습부터 재발방지 대책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1시37분쯤 세종병원 화재현장으로 이동해 최만우 밀양소방서장으로부터 간략히 사고 현황을 보고 받았다. 이때 문 대통령은 "소방관들은 이번에 최선을 다했다. 이번에는 출동이나 초기 대응이 잘됐다는 평가가 있다"고 격려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한 조종묵 소방청장의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리며 "내 마음도 지금 소방청장 마음과 똑같으니 힘을 내라"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박일호 밀양시장에게 인명피해 조치 및 지원사항에 대해 보고받은 후, 계속되는 참사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하다는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사인 확인, 장례식장 확보 등 담당 부처에 사후 지원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떠나기 전 밀양시민들이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준 데에 감사인사를 건네며 "다음에는 꼭 좋은 일로 밀양을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박일호 시장은 이에 "중앙정부, 경상남도, 밀양시가 혼연일체가 돼 사고를 잘 수습하겠다"며 문 대통령에게 밀양시에 대한 특별지원을 요청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