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선 해상격리 무리수, 크루즈선만 신경 쓴 나머지 방역망도 뚫려
중국 우한에 이어 일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온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16일 현재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414명이다.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이하 프린세스호) 탑승자가 355명, 이외에 59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한국은 29명에 불과하다.
크루즈선을 제외한 확진자만 59명이며, 그중 감염경로가 명확지 않은 일본 내 감염환자가 20명 넘게 나왔다.
마이니치신문은 15일 기준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 환자 가운데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적이 없는 확진자가 모두 28명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미 코로나19가 일본 내에서 2차·3차 감염을 일으킬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졌다고 보고 있다. 지역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지역감염은 대유행(팬데믹) 직전 단계다.
일본정부도 이를 시인하고 있다.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은 지난 16일 NHK에 출연, “코로나19 감염이 이전까지의 상황과 달라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크루즈선뿐만 아니라 지역감염으로 환자가 폭증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어쩌다 선진국 일본이 방역후진국이 됐을까?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을 의식해 요코하마 항에 들어온 프린세스호의 해상격리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프린세스호는 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세균 배양 접시’로 불리며 ‘제2의 우한’이 돼버렸다.
세계는 일본의 이같은 조치에 비난세례를 퍼붓고 있다. 전문가들은 확진이 안된 불특정 다수를 격리하는 것은 전염병 예방이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비인도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마크 에클레스턴 터너 영국 킬대학 글로벌보건법 연구원은 “이미 감염됐거나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격리조치가 효과가 있지만 과학적 근거 없이 임의로 격리하는 것은 인권을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피스맨 캐나다 토론토대학 전염병학 교수도 “일본 정부는 수천 명을 바이러스와 함께 대형 컨테이너에 가둬둔 것"이라며 "이같은 격리조치는 오히려 전염을 조장한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감옥생활을 하고 있는 승객들은 저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선상 감옥’의 실태를 외부에 알리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크루즈선에 사실상 감금 상태인 자국민들을 구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미국·캐나다·홍콩·이탈리아 등이 프린세스호에서 자국민 탑승자를 빼내기 위해 앞 다퉈 전세기를 띄우고 있다. 한국도 프린세스호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인 승객의 철수를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은 올림픽을 위해 크루즈선 해양격리를 전격 결정했을 터이다. 그러나 오히려 제2의 우한을 만들고 말았다.
게다가 지역사회 감염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방역당국이 크루즈선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 나머지 방역망을 소홀히 한 결과, 전국 방역망이 뚫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본은 올림픽을 위해 크루즈선 해상격리라는 초강수를 두었지만 이로 인해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올림픽이 취소 또는 연기될 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자승자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