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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漢字로 보는 世上] 전차복철(前車覆轍)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0.02.16 17:55 수정 2020.02.16 17:55

배 해 주
수필가

앞 前 수레 車 엎어질 覆 바퀴자국 轍
한서(漢書)의 가의전(賈誼傳)에 실린 글로서 앞 수레가 엎어진 바퀴 자국이란 뜻이다. 앞 사람의 실패. 실패의 전례, 즉 앞 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주의하라는 교훈이다.
답복철(踏覆轍). 답복차지철(踏覆車之轍). 전철(前轍)로도 쓰인다.
전한 5대 황제인 문제(文帝) 때 가의(賈誼)란 명신이 있었다. 그는 문제가 여러 제도를 개혁하고 어진 정치를 베풀어 역사에 성군(聖君)으로 이름을 남기는 데 크게 이바지한 공신인데, 당시 그가 상주한 글에 이런 구절이 있다.
“속담에 ‘앞 수레의 엎어진 바퀴 자국은 뒷 수레를 위한 교훈’이란 말이 있사옵니다. 전 왕조인 진(秦)나라가 일찍 멸망한 까닭은 잘 알려진 일입니다. 만약 진(秦)나라가 범한 잘못을 피하지 않는다면 그 전철(前轍)을 밟게 될 뿐이 옵니다. 국가 존망의 열쇠가 실로 여기에 있으니 통촉하시옵소서”
가의의 충언을 들은 문제는 이후 국정쇄신에 힘써 마침내 태평성대를 이룩하였다.
이 말은 설원(說苑)의 선설편(善說?)에도 실려 있다. 전국시대, 위(魏)나라 문후(文後)가 어느 날 중신들을 불러 주연을 베풀었다. 취흥이 도도한 문후가 말했다. “술 맛을 보지 않고 그냥 마시는 사람에게는 벌주(罰酒) 한 잔 안기는 것이 어떻겠소?”란 말에 모두 찬동했다.
그런데 문후가 맨 먼저 그 규약을 어겼다. 그러자 주연을 주관하는 관리인 공손불인(公孫不仁)이 술을 가득 채운 큰 잔을 문후에게 바쳤다. 문후가 계속 그 잔을 받지 않자 공손불인은 이렇게 말했다.
“‘전차복철은 후차지계’란 속담이 있습니다. 이는 전례를 거울삼아 주의하라는 교훈 이옵니다. 지금 전하께서 규약을 만들어 놓으시고 그 규약을 지키지 않는 전례를 남기신다면 누가 그 규약을 지키려 하겠습니까? 하오니, 이 잔을 받으십시오”라고 하자 문후는 곧 수긍하고 그 잔을 받아 마셨다. 그리고 그 후 공손불인을 중용했다고 한다.
역사는 불행한 과거를 보면서도 선례를 답습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를 보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군주가 정세를 제대로 판단하고, 내부적인 분열이 원인이었다.
지금 우리는 첫째, 외교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고려 시대부터 작금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았다.
즉 나라 안이 평온하지 못할 때 외세를 침략을 불러 왔던 것이다. 지금 나라가 오면초가(五面楚歌)다.
중국이 사드 문제로 우리의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러시아 군용기는 아무 거리낌 없이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제집처럼 드나들고 있다. 일본은 강제노역 문제를 핑계 삼아 수출제한으로 우리의 경제를 옥죄고 있고, 한 민족이라는 북한은 핵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리고 영원한 혈맹이라는 미국도 자국의 이익 앞에는 자존심도 의리도 헌신짝 버리듯 한다. 우리의 외교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헛발질하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둘째, 민심의 이반과 분열이다. 내부적으로 진보와 보수가 서로 잡아먹지 못해 으르렁거리고 진영 간의 싸움은 끝날 줄 모른다.
늙은 사람들은 젊은이를 향해 멋모르고 설친다고 하고, 젊은이는 나이 든 꼰대들이 그저 못마땅하다. 잘사는 자와 못사는 자, 민심은 롤러코스터처럼 출렁거린다. 정치하는 사람, 특히 위정자는 나라가 어려울수록 역사를 뒤돌아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지난 과거를 답습하지 않는 것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시간은 되돌아가지 않는다. 앞서간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했기에 퇴임 후 영어의 몸이 되었는지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국민은 훌륭한 대통령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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