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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욜로은퇴] 노후의 아름다움에 투자하자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0.01.13 19:59 수정 2020.01.13 19:59

김 경 록 소장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노후에는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합니다. 사람마다 실천의 차이가 있을 따름입니다. 건강미인이라는 말이 있듯이 건강해야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건강=아름다움’이라 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몸은 건강하지만 머리를 쑥대처럼 해 다니면 아름답지 않습니다. 몸도 건강하고 용모도 말쑥하지만 툭 하면 화를 내는 사람 역시 아름답지 않습니다. 마치 음악에서 불협화음을 듣는 것 같습니다. 건강에 외면과 내면의 아름다움이 추가되어야 비로소 노후의 아름다움이 완성됩니다.
우선 용모를 아름답게 가꾸어야 합니다. 용모는 옷차림부터 시작합니다. 어머니는 사람이 걸인 옷을 입으면 걸인처럼 되고 장군 옷을 입으면 장군처럼 행동하니 집에 좋은 옷을 꼭 하나 갖춰 놓으라고 하셨습니다. 퇴직했다고 해서 복장도 자유방임이 되어 버리면 사회와 더 멀어지게 됩니다. 요즘은 시내 카페나 음식점에 중년분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어떤 복장이냐에 따라 주변 젊은 사람과 구분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동화되기도 하고 어색하게 분리되기도 합니다. 노후에 자유시간이 많아질 때 TV 시청 대신 패션에도 신경을 쓰면 좋을 듯합니다.
몸의 향기도 중요합니다. 사우나에 가보면 젊은 남자들이 목욕탕에 여자들이 샴푸, 로션 등을 싸오듯이 바구니에 화장품들을 가져옵니다. 여기에는 바디 로션도 어김 없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남자가 여자도 아니고 저게 뭐냐’라고 생각되었는데 오히려 요즘은 중년이 본받아야 할 게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바디 오일로션을 선물 받았는데 향이 좋아 저도 이제 사용해봐야 할 듯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채식을 주로 하다 보니 향수를 쓰는 습관이 되어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 몸의 노화와 함께 좋지 않은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몸의 수분이 줄어들므로 입에 냄새가 나고 몸이 건조해집니다. 손주들이 가까이 오는지 오지 않으려 하는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노구치 마사코가 55명의 프랑스 여자들에 대해 쓴 ‘프랑스 여자는 80세에도 사랑을 한다’는 책을 보면 90세의 마담 콘시니는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립스틱을 바르고 란제리를 고른다고 합니다. 자기를 관리하는 이유에 대한 답은 간단했습니다. “인생은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요” 예언대로 마담 콘시니는 결국 90세에 신사에게서 저녁 식사 초대를 받게 됩니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도 중요합니다.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기원전 1세기에 살았던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노인들은 고집이 세고, 불안해하고, 화를 잘 내고, 괴팍스럽고 인색하기까지 하다’고 했습니다. 2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은 달라진 바 없는 듯 합니다. 노인들은 몸이 허약하거나 혹은 자신이 무시당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행동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키케로는 이 모든 결점은 교육에 의해 개선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지는 키케로가 노인의 결점에 대해 한 말을 반대로 써보면 됩니다.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지 않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며,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 보고, 화를 내지 않고 부드러우며, 넉넉하게 베풀어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도 나이 들어 인기 있는 비결은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고 하니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키케로는 노년의 탐욕에 대해 가장 어리석게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 집착을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괴팍스럽고 화를 잘 내는 것도 집착에서 비롯됩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어느 수준 이상 해 줄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그 기대가 무너질 때 화를 내고 괴팍스럽게 됩니다.
내려놓자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내려오는 게 아닙니다. 자아는 수십년 쌓여서 굳어진 콘크리트 같은데 당장 부드럽게 풀릴 리가 없습니다. 자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고 공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내면에 넉넉함, 지혜, 기다림, 경청, 베품을 채워가야 아름다워집니다. 외공을 쌓는 것에 비해 내공을 기르는 게 훨씬 어렵듯이 외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게 어렵습니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기에 지쳐버립니다. 외면의 아름다움은 에센스를 바르고, 옷을 잘 갖춰 입으면 그 순간 효과가 나타나지만 공부는 책 한권 읽었다고 해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노년이야말로 인문학이 필요한 때입니다.
건강을 위해서 시간과 돈 노력을 투자해야 하듯이 외면과 내면의 아름다움을 위해서도 ‘투자해야’ 합니다. 시간은 TV 시청을 줄이면 됩니다. 책은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고 또한 명 강의들이 유튜브에 깔려 있습니다.
태도의 문제이지 비용의 문제가 아닙니다. 옷차림도 비싼 옷을 많이 갖추라는 게 아닙니다. 몇 가지에 집중하면 됩니다. 효율성이 필요한 거죠. 에센스, 향수도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설령 조금 든다고 해도 이 정도는 투자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코트를 사러 갔을 때 하나는 좀 끼고 다른 하나는 편하다고 했더니, 점원이 말하길 옷은 핏이 살아나려면 약간 불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너무 편한 옷은 옷매무새가 잘 살아나지 않습니다. 노후에 아름답기 위해서는 편한 것만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약간 불편하지만 자신을 통제하고 아름다움에 투자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세대간 소통이라는 선물이 덤으로 따라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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