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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관광버스 딜레마(dilemma)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0.01.07 19:05 수정 2020.01.07 19:05

김 휘 태
안동시 공무원

삼천리금수강산은 사시사철 아름답고 관광버스로 전국을 여행하면 가는 곳 마다 명승고적이고 갈 때 마다 춘하추동 경치가 무아지경이다. 농번기에 힘들게 일하고 농한기에 관광버스 여행하는 재미로 살아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 같다.
우리나라 풍속이 유교적 틀 속에서 얽매여 사는 경우가 많다보니, 계절 따라 단체관광을 떠나는 날은 응어리진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해방구가 되었던 것이다.
온 국민이 피땀 흘려서 건설한 경부고속도로에 관광버스가 출렁 출렁하면서 춤을 추듯 달리던 시절이 생각나고, 그렇게 신나게 놀고 온 주민들이 이웃에게 자랑삼아 고속도로 연가를 부르기도 했던 추억들이 생각난다.
비포장 시골길에 덜컹거리던 버스, 콩나물시루같이 몸이 끼여서가던 그런 시골버스를 타다가, 고속도로에 쿠션 좋은 버스가 미끄러지듯 달리니까 온 국민들이 탄성을 자아냈던 경제부흥 시대였다.
그렇게 흥을 내면서 놀던 시절이 무르익어갈 무렵 호사다마라는 속담처럼 관광버스 교통사고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고속도로가 많이 건설되고 자동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교통사고도 비례하여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지금은 어느 집이나 교통사고 한두 번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현대생활의 가장 위험한 요소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유독 관광버스 교통문화 만큼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기를 써가면서 뛰고 마시고 낭만에 취해 휘청거리고 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도 신명나는 국민성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국민적 에너지를 생산성 향상으로 살려나가면서도 안전대책을 강구할 수는 없을까?
여기서 역발상으로 이 딜레마를 풀어낼 방안을 구상해본다. 그러니까 신바람 나는 국민성을 살리면서 교통안전을 지킬 수 있는 역발상을 해보자는 것이다. 우선 관광버스의 차량구조부터 개조를 해야 한다. 비상구도 없이 망치로 유리창을 깨라는 이런 허무맹랑한 안전대책은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
둘째는 안전요원을 최소한 1명이라도 배치해야 한다. 버스운행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기사 1명만 운전하는 것은 최소비용이라는 경제논리 하나로 교통안전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셋째로 관광버스 운전석과 객실을 분리하여 사람이 넘어져도 안전하게 걸리는 그물망이나 완충 방식의 차단벽을 설치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버스차체 전체를 완충 방식으로 개량하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넷째로 관광버스만큼은 제한속도를 80km/h정도로 낮추고 국민성을 살려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시범운행이라도 한번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차량구조를 안전하게 한 후에 제한속도를 낮추고 자유롭게 관광버스 여행을 하게 된다면 온 국민들이 환호할 것 같다. 관광버스 차량을 사방으로 비상구가 열리게 하고, 전방에 충격흡수 차단벽을 설치하고, 승객들이 탁자에 둘러앉아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교통안전 하나만 지키려다 보니 무조건 앉아서 안전띠나 매라고 일방적인 정책을 고수하여 국민정서에 맞지 않고 그야말로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 아닌가?
불이 나도 꼼짝 못하고 밀폐된 차안에서 죽어 나오고, 모처럼 여행길에 손발 꽁꽁 묶이게 다녀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플러스알파를 보완할 수 있다면, 거꾸로 라도 한번 달려보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위험하다는 한 가지만 생각하면 여행도 안가고 우주탐험도 하지 말아야 하는가?
고도로 발달한 현대의 과학기술을 응용하여 서서도 관광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고,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하고, 달과 별에도 가볼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아마도 머지않아서 공중으로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나온다는데, 춤추며 달리는 관광버스 하나 만들 수 없을까?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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