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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2020의 눈으로 2020년을 볼 때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0.01.06 19:25 수정 2020.01.06 19:25

김 수 종
뉴스1 고문

새로운 10년이 시작된다는 의미에서 ‘2020년’은 그 의미가 깊다.
지난해 익숙하게 들으면서 살았지만 막상 달력이나 문서에 2020이 적혀 나오는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21세기를 맞고 나서 20년이 흘렀다니 세월의 빠름을 실감한다.
반도체 칩이나 컴퓨터 프로그램이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하고 1900년으로 오인해서 전산 시스템이 엉망이 될지 모른다는 '밀레니엄버그' 또는 'Y2K 문제'라는 말을 들으며 1999년을 보낸 게 엊그제 같은데.
2020년은 경자(更子)년이다.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로 쥐띠 해다. 
쥐는 십이지(十二支)의 첫 번째 동물이다. 신이 십이지 동물의 순서를 정할 때 문 앞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순번대로 정하겠다고 알렸다. 걸음이 느린 소는 일찌감치 출발하여 가장 먼저 문 앞에 당도했다.
그런데 문이 열리는 순간 소의 뿔에 타고 있던 쥐가 먼저 문 앞으로 뛰어내렸다 그래서 쥐가 십이지 동물의 첫 번째가 되고 소가 두 번째가 되었다고 한다. 쥐와 소의 행동을 빗대어 지어낸 이야기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의 운명을 12지 동물에 연결해 점괘를 생각하는 것은 아직도 한국인의 마음이다.   
임진왜란(壬辰倭亂) 병자호란(丙子胡亂) 갑오경장(甲午更張) 경술국치(庚戌國恥) 등 유명한 역사적 사건들의 명칭을 보면 과거 십간십이지 문화가 불과 100년 전만 해도 한국인을 지배했던 걸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4·19, 5·16, 6·25, 5·18처럼 사건을 숫자로만 표기하는 것을 더 편안해 하는 세태가 됐다. 
쥐는 농작물을 해치고 약삭빠른 행동으로 인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새끼를 많이 낳고 부지런하여 다산(多産)과 부(富)의 상징으로 긍정적 이미지도 갖고 있다. 미키마우스가 디즈니의 대표적 캐릭터가 된 것을 보면 쥐는 동서양의 인간 생활에서 뗄 수 없는 동물이다. 
올해는 단기로 4353년이다. 듣기만 해도 어색하다. 지금 70대는 초등학교 때 단기로 생년월일을 줄줄 외우던 사람들이지만, 그들을 포함해서 이제 아무도 단기를 모른다. 사주나 점을 봐주며 사는 사람을 제외하면 십간십이지로 햇수를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앞으로 중국의 패권시대가 오면 서력기원을 바꾸겠다고 나설지 모르지만.     
2020. 20이 연달아 붙은 숫자의 모양이 안정감도 있고 참 멋있어 보인다. 디자이너들이 매우 좋아할 것 같은 숫자 조합이다.
올해 태어난 아기들이 자라나면 그들은 2020이라는 숫자조합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아주 편리하게 말할 것 같다.
그렇지만 그들의 부모나 조부모 세대가 만들어놓을 2020년의 콘텐츠는 과연 자랑할 만할까.     
세계는 천하대란이라고 할 정도로 혼란스럽다. 미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빠를 뿐 아니라 어지럽다.
세상의 틀과 표준이 흔들리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이 일으키는 국제 정치 및 경제 질서의 혼돈,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기술의 대변화, 제6의 멸종을 예고하는 기후위기가 인류의 발판을 흔들어대고 있다.
한국의 미래는 이들 글로벌 이슈에 연동되어 있다. 북한핵 문제와 경제문제는 미·중 패권경쟁과 묶여 흔들리게 될 판이다.   
2020은 올해를 가리키는 달력의 숫자만은 아니다. 2020은 눈의 건강, 즉 완전한 시력을 상징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왼쪽 시력 2.0 오른쪽 시력 2.0”인 정상적인 건강 시력을 말한다.
오리무중인 작금의 국내외 상황을 보며, 한국을 좌지우지하는 지도자들의 마음의 눈은 과연 이 어둠을 뚫고 미래를 바라보며 나갈 수 있는 2020의 시력을 가졌는지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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