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한 사회’란 과연 어떠한 사회를 말하는 것일까?
공직자에게 있어 ‘청렴(淸廉)’이란 단어는 언제나 바늘과 실처럼 따라다니는 수식어이자 지켜야 할 덕목과도 같은 것이다. 국민들은 항상 공직자가 부정부패 없이 청렴해 주길 갈망하고, 공직자 또한 청렴해 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희망 사항일 뿐이다.
지금 우리 공직사회는 어떠한 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뇌물수수, 온갖 청탁 관련 뉴스에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고 있다. 하위직은 물론 고위 공직자까지 할 것 없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부정부패를 저지른 사람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부패 인식지수(CPI)는 6단계 오른 세계 45위 수준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아직은 어림없다. 우리나라 GDP경제지표가 세계 11위인 것을 감안할 때, 부패지수는 최소 세계 20위권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본다. 부패순위가 부패정도를 가늠하는 실질적인 척도라고 단정지울 수는 없겠지만, 어느정도 공감이 가는 것은 왜일까?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사실은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부정부패를 금지하기 위해 지난 2016년 9월 28일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가권익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총 1만 4천 100건 中 형사처벌이나 징계부가금 등 제재가 이뤄진 경우가 총 181건으로, 부정청탁 등에 대한 사회 곳곳의 인식이 달라져 가고 있는 것 같아 천만다행이다.
세계적으로도 반부패·청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2003년 UN이 ‘세계반부패의 날’(매년 12월 9일)을 지정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5일부터 오는 11일까지 ‘반부패 주간’을 운영하고, 다양한 청렴 문화행사와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현대사회는 청렴해 지기 위해, 다각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옛날에는 어떠했을까?
일찍이 우리 선조들은 청렴한 관리를 일컫어 ‘청백리(淸白吏)’라 하여, 청백리에 오른 인물들을 존경해 맞이하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도 김천시 양천동 하로마을 출신인 ‘노촌 이약동 선생’이 있는데, 선생이 제주목사 시절 일화를 잠시 보면, 목사로 부임하였다 이임할 때 관에서 받은 모든 물품을 관아에 남겨두고 말을 타고 나섰다가 성문에 이르러 손에 들고 있는 채찍이 관물인 것을 알고는, 문에 걸어 놓았는데 세월이 오래되어 채찍이 떨어진 것을 알고, 고을 사람들이 그 자취를 그려 사모하였고, 또, 바다를 건널 때 배가 바다 한가운데 이르자 홀연히 기울어지며 휘돌아서 위태하게 되었다. 이때 일행이 아뢰길 고을 사람들이 선생에게 전하라고 갑옷 한 벌을 맡겼다는 내용을 선생이 듣고서는, 즉시 갑옷을 바다에 던지라고 했다. 이에 파도가 그치며 배가 나아갔다. 사람들은 그곳을 ‘투갑연(投甲淵)’이라 했으며, 고을 사람들은 생사당을 세워 지금도 폐하지 않고 춘추로 향사를 지내고 있으며, 제주도 역사서인 ‘탐라지(耽羅志)’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렇게 노촌 이약동 선생의 일화에서도 그러하듯, 청렴한 공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공직자의 청렴한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할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옛말을 생각해 보건대, 너무 인정없는 얘기일지는 몰라도 ‘무조건적인 호의는 없다’는 얘기다.
물론, 진정한 고마움 표시의 조건 없는 호의도 있겠지만, 대부분 무언가를 바라는 호의가 더 많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공직자의 입장에서도 작은 호의를 받아들이는 것은 점점 더 멈추기 어려운 부패의 ‘미끄러운 경사로’ 위에 있다는 것이다.
부패방지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과도 직결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앞으로 공직사회가 나가야할 방향은 부패신고를 활성화하고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를 더욱 강화하여, 부패를 저지르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엄중한 국민적 인식이 함께할 때 비로소 청렴해 질 것이다.
하루빨리 부정부패의 굴레에서 벗어나 청렴하고 깨끗한 사회풍토가 조성되는 그 날까지, 우리 모두 노력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