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를 두고 친중-반중 인사의 충돌이 국내에도 상륙했다.
홍콩 시위를 두고 친중 인사와 반중 인사가 대결하는 것은 전세계적 현상이다.
사실 한국은 좀 늦은 편이다. 특히 화교가 많이 사는 곳에서는 친중 시위대와 반중 시위대가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중국을 떠난 지 오래된 화교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체험했기 때문인지 대부분 홍콩 민주화시위에 지지를 보낸다. 그러나 유학생들은 홍콩의 시위대를 민족반역자라고 부르며 시위를 반대하고 있다.
친중 시위대와 반중 시위대가 가장 크게 충돌하고 있는 곳은 호주다. 호주는 중국 유학생이 가장 많이 파견된 나라 중 하나고, 중국 이민도 많다. 지난 8월 호주 캔버라에서 친중 시위대와 반중 시위대가 물리적 충돌을 빚어 수 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할 정도였다.
이 같은 양상은 호주뿐 아니라 캐나다 밴쿠버, 미국의 뉴욕, 보스턴, 영국의 런던, 독일의 베를린, 프랑스의 파리 등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다 마침내 한국에도 상륙했다. 그런데 한국의 양상은 약간 다르다. 외국은 주로 화교와 중국 유학생간 충돌인데 비해 한국은 한국 학생과 중국 유학생간 충돌이다.
한국은 중국 유학생과 화교가 충돌하고 싶어도 충돌하기 힘든 곳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화교가 발을 못 붙이는 곳이 한국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한국은 화교의 불모지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화교들은 대부분 중화 요릿집을 운영하며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충돌은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는 한국 학생들과 이를 반대하는 중국 유학생들과의 대결이다.
최근 서울의 주요 대학 캠퍼스는 물론 전남대 등 지방대학 캠퍼스에서도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를 찢는 중국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전남대의 경우, 중국 유학생들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를 떼고 ‘우리나라 일에 참견하지 마십시오’, ‘홍콩은 중국이다’, ‘One China(하나의 중국)’ 등의 메모를 붙여 놓았다.
한국 학생과 중국 학생의 충돌은 외교문제로 비화할 정도다. 주한중국대사관은 홈페이지에 올린 대변인 담화에서 “여러 이유로 관련 사실이 객관적으로 반영되지 않아 한국의 일부 지역, 특히 대학 캠퍼스에서 한중 일부 대학생들이 감정 대립을 겪는 것은 유감이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중국의 청년학생들이 중국의 주권을 해치고 사실을 왜곡하는 언행에 대해 분노와 반대를 표현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동시에 중국 정부는 일관되게 해외의 중국 공민들에게 현지법을 준수하고 애국의 열정을 이성적으로 표현하며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중국 외교부도 논평을 내놓았다.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은 공식 성명을 내고 “중국 유학생의 행위가 애국심의 표현”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한국 대학생들이 오지랖이 넓은 것일까? 아니면 중국 유학생들이 무례한 것일까?
일견 한국의 대학생들이 오지랖이 넓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민주진영의 일원으로서 홍콩 시위에 지지를 표명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특히 한국은 아시아에서 민주주의 선진국이다. 그런 한국이 아시아 다른 나라의 민주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에 반대하는 중국 유학생들의 유아독존적 사고가 더욱 문제인 것 같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는 진부한 속담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살고 있는 나라의 규범을 준수하는 것이 ‘글로벌 에티켓’이다.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의 규범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고집만 내세우는 것은 ‘어글리 차이니스(ugly Chinese)’의 전형이다.
나의 생각이 중요하면 남의 생각도 중요하다. 그래서 ‘역지사지’(易地思之, 입장을 바꾸어 생각함)라는 사자성어도 생겼을 터이다.
역지사지, 중국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던 말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