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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감사할 줄 아는 사람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12.04 18:48 수정 2019.12.04 18:48

김 시 종 시인
국제PEN 한국본부 자문위원

필자(나)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깨달음만은 범상을 뛰어 넘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남이 자기에게 베푼 고마움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최고의 인격자라고 나는 확신한다.
필자가 문경중학교에 청년교사로 근무하면서, 칠순의 늙은 아버지가 가정을 꾸려 넉넉지 못한 가정에서 공부밖에 모르는 K군의 학급담임이 되어 수업료를 당연히 면제해주었다. 마침 학교구매부(협동조합 가게)에서 점심시간에 판매를 맡아 보는 알바학생을 구하는데 K군을 추천했더니, 협동조합 담당교사로부터 훌륭한 모범생을 추천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다. 학교협동조합은 점심시간과 방과 후에만 가게(?)문을 열었다. 학교협동조합엔 간단한 학용품과 과자류도 몇 가지 취급했다. 학교 구매부에 찐빵을 납품한 업자가 수고하는 학생점원에게 하루 찐빵 5개를 간식으로 주었다. K군은 제몫으로 받은 찐빵 다섯 개를 먹지 않고 팔아 학생저금통장에 넣어 K군의 저금통장엔 찐빵 같은 동그라미가 불어났다. 얼마 후엔 저금을 찾아 튼튼한 돼지새끼를 사서 키우게 됐다. K군은 알뜰하다 못해 살뜰하기까지 했다.
좋은 나물은 떡잎시절부터 알아본다고 K군은 대학을 졸업하고 외무직 공무원이 되어 지금은 국토면적이 114만 평방킬로미터가 되는 대국(大國)에 파견되어 대사(大使)로 근무하며, 국위를 빛내고 있다.
바쁜 공무를 수행하면서 퇴근 뒤 시간을 내어 가끔 전화를 하지만, 보통 한 시간이상 안부전화를 해준다. 학창시절(중학교) 별로 배려를 해준 것도 없지만 크신 은혜를 입었다고 하니 내가 도리어 어리둥절해진다.
H군은 문경고등학교 시절 제자로 양친 부모가 없는 무의탁 학생이었다. H군은 문경고등학교 입학첫날, 문경고 상담부장 교사인 내게 발견이 되어 문경고등학교 3년간을 문경고등학교 재학생 중 가장 수혜를 누리는 학생이 되도록 다혈질(?)인 나 (김부장교사)의 전력을 H군을 보살피는데 쏟아 부었다. H군이 나의 종횡무진 활약으로 정주영장학금 3년간 수혜, 수업료 3년간 전액면제, 유력인사 자매결연 용돈 지원 등으로 학창 시절이 순조로웠다. H군 지원을 위한 저의 계획을 적극적으로 흔쾌히 밀어주신 당시 문경고등학교 백승익 교장선생님과 홍성철 교감선생님께 각별히 고마움을 느낀다. H군은 문경고등학교 졸업 후 경북 구미공단에 공원으로 취업하여 고아원에 맡겨 놓은 두 동생도 데리고 와서 가정을 복원하고, 공단의 동료와 결혼하여 자녀를 두고 자기집도 장만하고 승용차도 마련하여 문경시 마성면에 있는 큰집을 명절 때 마다 찾는다는 소식을 인편에 들었다.
무의무탁한 H군이 곁길로 빠지지 않고 올바른 국민이 된 것만도 내 젊음을 쏟아 부은 보람이 아닐 수 없다. H군은 문경고 졸업이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H군에 비해 K군에 대한 배려는 1/100도 안되지만, K군은 지금까지 내게 고마움을 느끼며 산다.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큰 사람이, 진짜 큰 사람이다.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은 배은망덕을 저지르기도 하는 걸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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