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환경부가 ‘제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이란 걸 내놨다. 한마디로 온실가스 배출을 언제까지 얼마만큼 줄이겠다는 정부의 계획이다.
2021년부터 시작되는 파리협정에 기초한 한국 정부의 감축계획이다. 한국은 현재 온실가스 배출 순위 11위 국가다.
정부는 2017년을 기준으로 2030년 목표연도에 온실가스 배출을 24.4% 줄이겠다고 설정했다. 2017년 배출량은 7억900만 톤인 것을 2030년 5억3,600만 톤으로 1억7,300만 톤 줄인다는 것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나 영국의 ‘가디언’ 등 세계의 대표적 언론기관들이 최근 눈에 띄게 자주 다루는 문제가 기후 변화 이슈다. 가디언은 지난 5월 ‘기후변화’ 대신에 ‘기후위기’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공식 선언할 정도다.
이렇게 세계 여론이 기후 변화를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여기는 이유는 남북극 빙하붕괴, 태풍 및 허리케인 발생 빈도와 강도의 증가, 폭염과 산불 확산 등 이전에 없던 재앙이 확산되면서 기후변화가 생각보다 위급한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2015년 196개국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의 필요성을 웅변해주고 있다.
파리협정의 필요성을 과학적으로 제시한 국제기구는 세계의 과학자와 정책 수립자들로 구성된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다. IPCC는 산업혁명 이전을 기준으로 섭씨 2도 이상 기온상승을 허용하면 인류가 위험해진다고 경고하고, 될 수 있으면 1.5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권고를 달았다.
지난 8월 송도에서 열린 IPCC총회는 기온 2도 상승 허용도 너무 위험하니 ‘1.5도’로 묶어야 한다는 수정권고를 다급하게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그런데 산업혁명 시작 전에 비해 기온 상승은 이미 1도를 넘어섰으니, 앞으로 0.5도의 여유밖에 없다는 절박한 신호인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IPCC과학자들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스케줄을 제시했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을 2010년에 비해 45% 줄여야 하고, 2050년까지 ‘배출 제로(0)’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30년 후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도 석유도 일체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혁신적인 재생에너지 개발과 에너지소비 방식의 변화가 절실해졌다.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에 따라 유럽연합(EU) 국가들은 1990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온실가스를 줄여왔지만, 한국은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로 감축 의무를 지지 않았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본 적이 없다. 2017년보다 2018년엔 2% 이상 온실가스배출이 늘었고, 아마 올해도 늘어날 것이다.
한국은 가 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2030년까지 25%를 줄이려면 정말 고통스러울 것이다. 기업도 가정도 회사도.
그러나 2010년 기준으로 45% 줄여야 한다는 IPCC의 제시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환경부의 계획을 보면 온실가스 감축 분야는 잔뜩 나열해놨지만, 국민에게 절박한 현실을 설득하고, 정책을 쉽게 설명하고, 홍보와 교육을 강화할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정부 스스로 고통을 감내할 의지가 약해 보인다. 환경부의 발표 자료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국민 인식이 나와 있다.
“대부분의 국민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기후변화 대응에 참여하는 노력 및 사회적 움직임은 부족하다”
대부분의 국민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염려, 즉 기후변화를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 남은 일은 국민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행동에 참여하도록 홍보하고 교육하고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가 세세하게 모범적으로 나서야 한다. 유엔총회에서 세계 정상들을 향해 호소한 스웨덴 툰베리 소녀의 말마따나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