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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주차 공간 없는 35억 짜리 형산강 생태전망대, 관광객 분통 터진다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10.20 18:33 수정 2019.10.20 18:33

현대도시는 도로와 건물로 구성됐다. 도시에 자동차가 도로의 위를 얼마나 주행하는가에 따라, 그 도시는 활기에 넘친다. 여기서 활기란 경기와 경제발전의 미래상을 말한다. 때문에 도시계획을 짤 때부터, 도로를 어떻게 내는가에 따라 도시의 모습이 달라진다. 그러니 도시는 도로가 중심이고, 그 중심엔 사람이 있다. 자동차가 많을수록 여기에 비례하여, 주자장도 있어야한다. 도로위에 자동차만 있고, 주차장이 없다면, 자동차도 쓸모없다. 도로, 자동차, 주차장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룰 때에, 그때부터 도시는 제 역할을 다한다.
지난 7월 국토교통부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VMIS)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대구시 자동차 등록대수는 118만955대다. 인구 2.08명당 1대였다. 경북도는 143만5천458대로 인구 1.86명당 자동차를 보유했다.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모두 2천344만4천여 대였다. 인구 2.2명당 1대를 갖고 있었다.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세는 전반적으로 둔화추세였다.
하지만 1인 가구 증가, 친환경차 보급 확대, 세컨드카의 수요 등에 힘입어, 당분간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국토부는 내다봤다.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율은 2015년 4.3%, 2016년 3.9%, 2017년 3.3% 2018년 3.1% 등이었다. 등록차량 중, 국산차는 약 2천117만대(90.3%), 수입차는 228만대(9.7%)로 수입차 점유율이 10%에 근접했다. 이는 지난해 6월(8.9%)보다 0.8%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위 같은 자동차시대를 맞아,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기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자동차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다양한 형태의 미래차들을 관람하고, 이를 개발·연구 중인 업체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만큼 미래엔 자동차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의 증가속도는 기하급수로 느는데, 주차장은 산술급수는커녕 산술급수의 꽁무니도 따라 잡지를 못하고 있는 판이다.
포항시가 이 같은 것에서 대표적인 불명예를 안았다.
35억 원을 투입해, 건립한 포항시 남구 연일읍 유강리 형산강 에코생태전망대 주변에 주차 공간이 없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높다. 생태 전망대라도 보통의 전망대가 아닌 에코생태전망대라면, 그 명성에 걸맞게, 승용차나 관광버스가 이곳으로 많이 올 것이다. 35억 짜리 생태전망대에 주차장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포항시 공무원은 35억 원의 세금을 거덜 낸 것이나 다름이 없다. 생태의 모양새가 말이 아니게 됐다.
지난 17일 포항시에 따르면, 형산강을 찾는 철새와 수려한 경관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 2017년 8월 연일읍 중명리에 생태전망대를 준공했다. 생태전망대 1층에는 형산강에서 서식하는 텃새와 철새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실과 증강현실(AR) 영상관이 설치돼 있다. 2층 전망대는 철새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탐조시설을 갖추고 있다. 포항시가 생태전망대 일대를 국내 최고의 생태학습장으로 만들겠다며,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생태전망대를 찾는 관광객과 시민들은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불편을 호소한다. 이는 불편이 아니고,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전망대를 다녀온 한 관람객은 “수십억 원을 들여 지은 공공시설에 주차장이 없는 것이 말이 되느냐. 생태전망대 도로변에서 주·정차 위반 단속도 하는데, 관람하러 오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포항시 관계자는 “11월 중으로 생태전망대 아래 형산강 둔치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로 공사를 한다”고 말했다. 생태전망대의 준공은 2017년이다. 이로부터 2년 후에, 주차장 도로 공사를 한다니, 굼뜬 행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생태전망대엔 탐조시설이 있다니, 주차장은 생태전망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야한다. 새들은 자동차의 소음과 매연이 있다면, 멀리 도망간다. 다음 달부터 시작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나, 굼뜬 행정의 담당자는 문책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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