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설계에서 40대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인적자산 측면에서 나에 대한 투자를 통해 효율성을 가장 높일 수 있는 때입니다. 자산관리에서도 주택 관련 대출금을 거의 다 갚아가는 반면에 소득은 높아지므로 자산운용이 중요해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40대는 자산을 많이 쌓아놓거나 높은 소득을 받고 있을까요? 생애설계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는 세대구분을 30년대 전후 출생, 60년대 전후 출생, 90년대 전후 출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30년대 전후 출생자는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끌었고 60년대 출생인 386세대는 민주화를 이루었습니다. 요즘 관심을 받고 있는 90년대생은 386세대의 자녀 세대로서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이끌어가야 할 세대입니다.
이에 반해, 40대(70년대 출생)는 독특한 사회 경험을 한 세대입니다. 1988년 올림픽 이후 사회 분위기가 좋을 때 성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직장에 들어갈 때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됩니다. 외환위기 때 산업화 세대는 정리해고를 당했고 현 40대는 들어갈 직장이 없어져버렸습니다. 기업은 외환위기로 인해 짧게는 3년, 길게는 10여년 정규직을 거의 뽑지 않았기 때문이죠. 요즘 직장에서 40대는 금값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에 들어간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비정규직 시장으로 많이 들어가게 됐습니다.
자산을 축적할 환경도 좋지 않았습니다. 산업화 세대는 엄청난 부동산 붐을 장기간 경험했습니다. 386세대는 외환위기 때 대리나 과장급 직책으로 정리해고도 크게 당하지 않았기에 2000년대의 벤처 붐과 부동산 붐에 편승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현 40대는 직장에 진입하기 어려웠고 진입한 지도 오래되지 않아 자산시장 붐에 편승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에 자산을 증식하려 했지만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 버렸습니다.
이철승 교수는 저서 '불평등의 세대'에서 40대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44살을 기준으로 소득 증가율을 살펴보았습니다. 1963년생은 2007년에 44살이었는데 15년 전인 1992년에 비해 소득이 71.7% 올랐습니다. 이에 반해 1972년생은 2016년에 44살이었는데 15년 전인 2002년에 비해 소득이 21.3%만 올랐습니다. 15년간 소득상승률이 3배가량이나 차이 납니다. 1960년대 후반 출생 세대와 1970년대 후반 출생 세대를 비교해도 같은 기간에 소득상승률 차이가 2배 넘었습니다.
언급한 바와 같이 다른 세대에 비해 자산증식의 기회도 없었습니다. 다만 일부 계층은 조부모로부터 자산을 증여 받았습니다. 1998, 1999년 자산가격이 급락할 때 산업화 세대들은 20대(현재 40대)의 손주에게 자산을 물려주었습니다. 건물주로서 세를 받아 살 수 있는 세대들이 이때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금수저, 흙수저의 씨앗이 뿌려지기 시작한 거죠.
이처럼 40대는 87년 민주화, 88년 올림픽 이후 대학에 진학했지만, 사회에 진입할 즈음에 곧 바로 1997년 외환위기를 겪고 뒤 이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겪게 됩니다. 대기업 정규직에 많이 입사하지 못했고 비정규직 차별화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거기에다 자산을 물려받은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는 스스로의 자산증식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세대는 운도 타고나야 하는 듯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40대는 노후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세 가지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연금과 같은 제도화된 노후 준비 시스템을 철저하게 활용해야 합니다. 산업화 세대들은 이 시스템이 미비해서 불안정한 노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 준비를 충분히 해 두어야 합니다. 세제혜택이 있는 사적연금은 어느 금융상품보다 우선해야 합니다. 직장이 불안정하다 보면 연금의 영속성이 떨어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공적연금의 절대액수가 적다 보니 별 쓸모 없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부부가 연금 맞벌이를 하면서 1인 1연금을 갖추고, 퇴직연금, 연금저축과 같은 사적연금으로 보완하면 됩니다. 그리고, 연금을 많이 받는 비결은 중도에 해지하지 않는 것이라는 걸 꼭 기억해주십시오.
둘째, 오래 일한다 생각하고 자신의 인적자본에 투자해야 합니다.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는 뜻이죠. 정년은 계속 연장될 겁니다. 386세대가 직장을 대거 나가게 되면 위가 뻥 비게 됩니다. 현재는 386세대가 사회의 상층부를 점유하고 있지만 ‘세월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시간이 흐르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많은 빈자리를 40대가 메워야 합니다. 이런 기회를 활용하려면 인적자본 투자를 통해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기술혁명과 글로벌화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전문성을 갖춘다면 많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봅니다. 다만, 변화하는 기술혁신에 대처하지 못하면 이에 익숙한 다음(post) 세대에게 밀려날지도 모릅니다. 아마 40대 내에서도 한발 앞서간 사람과 한발 뒤처진 사람과의 차이는 극과 극이 될 것입니다. 자기계발을 위해 ‘전폭’ 투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이 아닌 글로벌자산을 통해 자산을 증식하십시오. 앞 세대가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증식했다면 40대는 글로벌자산을 겨냥해야 합니다. 손자병법에 ‘전쟁에서 승리는 반복되지 않는다’는 뜻의 전승불복(戰勝不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성장 시대에 이루어졌던 부동산 투자를 앞으로 저성장 시기를 맞아야 할 40대가 본받을 필요 없습니다. 국내 부동산에 자산을 쏟아붓는다면 또다시 부동산 버블과 붕괴를 겪으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게 될 겁니다. 수축하는 부문이 아닌 확장하는 부문의 자산을 가져야 합니다. 기술의 시대입니다. 4차 산업혁명 관련하여 성장하는 기술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을 보유해야 하고 부동산도 글로벌로 분산해야 합니다. 부동산이 아닌 ‘혁신기술’과 ‘글로벌’을 자산으로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