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드론을 날려 보았습니다. 반나절 꼬박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마침내 공중에 떠올랐고, 며칠 운전한 끝에 대략 이륙해서 상하 사방팔방으로 비행하다 착륙하는 것까지는 익혔습니다. 드론을 정식으로 배워 자격증까지 따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못 이뤘지만 드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없어졌습니다. 무엇보다 드론 관련 이야기나 드론이 날아 다니는 것을 보면 눈여겨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동영상 편집을 시도해봤습니다. 전문가에게 물어서 동영상 편집 앱을 추천 받아 스마트폰에 다운 받았습니다. 요즘 소프트웨어는 운영방식이 대체로 비슷해서 따로 설명서는 보지 않고 그냥 기존에 찍었던 동영상으로 편집을 시도해봤습니다. 긴 동영상을 자를 수도 있고 곳곳에 가위질을 해서 분할해서 이어 붙일 수도 있었습니다. 물론 역순으로 영상을 재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전에 찰리 채플린 영화에서 거꾸로 영상을 돌릴 때 보았던 그런 신기한 모습입니다.
영상에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은 배경음악, 나레이션, 자막, 움직이는 스티커, 탬플릿 등입니다. 동영상 앱은 무료였지만 이들과 관련된 기능들을 풍성하게 하려면 돈을 내고 구입해야 하는데, 어쩌겠습니까? 커피 두잔 값도 안 되는데 이 정도는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샀습니다.
처음 할 때는 짜증이 많이 났지만 이틀 정도 해보니 앱에 있는 기능들은 대부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동영상을 배경음악, 자막 등과 함께 새로 하나 편집하고, 편집된 동영상을 친구에게 보내 주니 너무 재미있어 했습니다. 이전부터 사진 찍은 것에 우스개 소리 다는 걸 좋아했는데 이 능력이 동영상 자막 만들 때 쓰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하여튼, 혼자 배워서 이틀 만에 동영상을 대충 편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필름을 가위로 자르고, 붙이고, 더빙하고, 색깔 입히고, 배경음악 넣는 작업을 혼자서 뚝딱 해치워버린 것입니다.
뭘 배울 때 제가 느끼는 건 두 가지입니다. 우선, 배울 거면 빨리 배우자는 것입니다. 처음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두 가지 길이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의 기능에 대해 빨리 배워서 많은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길과, 전화문자 등의 최소한의 기능만 익혀 사용하는 길입니다. 기기가 나왔을 때부터 기능을 많이 익힌 분들은 더 많은 정보를 활용함으로써 이점을 충분히 누립니다. 후자의 분들은 아직도 전화와 문자만 사용하고 있는 반면에 전자의 길을 걸은 분들은 지금도 고차원의 영역에서 정보를 습득하고 활용합니다.
어떤 기기나 기술이 나왔을 때 어차피 이를 익혀야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그 기기의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게 좋습니다. 실제로 경제발전론에 ‘고속도로(turnpike) 이론’이 있습니다. 공짜라고 국도로 달리는 것보다 돈을 내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게 낫다는 뜻인데, 한 마디로 초기에 집중 투자를 해서 경제를 한 단계 점프시키라는 뜻입니다. 초기에 돈이 들더라도 꼭 빨리 배우시길 바랍니다.
둘째, 전문가에게 배우십시오. 길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길을 물으면 생 고생을 합니다. 자칫하면 쉽고 편한 길이 있는 데 어려운 길로 돌아 가게 됩니다. 저는 테니스를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는 친구 들 중에서는 제일 잘 쳤습니다. 그래서 코치에게 추가로 배울 생각을 않았습니다. 그런데 전혀 못 치던 친구들이 코치에게 배우더니 어느 날부터 저보다 훨씬 잘 치게 되었습니다. 저의 단점은 아직도 뭘 혼자 배우려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높은 단계로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기한 것은, 동영상 편집이라는 문을 열고 나니 그 순간 새로운 길 들이 보였습니다. 우선 PC 버전의 편집 소프트웨어로 고급의 기능을 익힐 예정입니다. 편집에 사용되는 그림이나 사진들이 저작권이 있기 때문에 종국에는 스스로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그래서,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그림 그리는 걸 좀 배워 두면 유용할 것 같습니다. 이전부터 제가 쓴 책에 삽화를 직접 그리고 싶었는데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달로 아이디어가 있으면 가능할 듯도 합니다.
또한, 제가 쓴 칼럼들을 동영상 설명으로 전환하여 유튜브에 올릴까 생각 중입니다. 스마트폰으로 혼자 촬영하고 편집하면 됩니다. 이렇게 영상을 올리다 보면 유튜버(YouTuber)가 되겠죠. 영상을 만들다 여기에 주제와 작품성을 곁들이면 단편영화가 될 겁니다.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영화를 즐겨 하는데 제가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겠죠. 동영상 편집 기술 하나 배웠는데 시야와 생각이 ‘단편영화 만들어 볼까’까지 미치게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시도하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또 그 세계와 다른 것과의 융합이 일어나 생각지도 않은 길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삶의 묘미입니다. 지금의 소프트웨어 신기술은 지력(知力)을 보강해줍니다. 이전에 많은 사람들이 편집실에 앉아 하던 일을 혼자 할 수 있습니다. 신기술로 여러분의 지력을 보강하여 노년에 풍성한 삶을 누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