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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스웨덴식 가족경영 롤모델 발렌베리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08.01 19:53 수정 2019.08.01 19:53

김 화 진 교수
서울대 법학대학원

스웨덴은 상당히 진보적인 사회다. 예컨대 여성의 사회참여와 환경규제 같은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부패지수도 매우 낮다. 그런데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스웨덴의 상위 1%가 24%의 국부를 차지하고 있다. 25.7%인 인도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스웨덴이 이렇게 되어있는 이유는 대다수 기업이 가족기업으로 소유가 집중되어 있어서다. 그러면 스웨덴 국민들은 왜 이를 용인할까.  
세계 학계에서 ‘스웨덴 모델’은 기업의 소유가 집중되고 창업자 가족이 경영권을 확실하게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권의 사익추구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적인 모델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스웨덴은 소유집중형 지배구조를 가진 여러 나라의 벤치마크 대상이다.
국내에서는 삼성그룹이 스웨덴의 대표 그룹 발렌베리(Wallenberg Sphere)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해서 스웨덴의 기업지배구조가 종종 언론에 소개된다. 에릭슨, ABB 등 유수 기업들을 포함하는 발렌베리그룹이 스웨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비슷하다. 특히 1970년대에는 발렌베리가 스웨덴 총고용의 40%와 스톡홀름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했었고 1990년대에는 스웨덴 GDP의 1/3을 창출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발렌베리는 해군 장교 출신의 오스카 발렌베리(André Oscar Wallenberg, 1816~1886)가 1856년에 스톡홀름에 엔스킬다은행을 설립하면서 시작되었다. 금융과 제조업 양쪽에서 성공적이었다. 1931년에 패밀리 모토로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다(Esse, non Videri)’를 채택해서 내려온다. 그래서 가족 구성원들은 모두 조용히 산다. 그룹 전체는 인베스터(Investor AB)라는 투자회사가 정점에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관리 자산규모가 약 370억 달러다. 약 415조 원인 삼성그룹의 1/10쯤 된다. 1916년에 세워진 인베스터는 다시 발렌베리재단이 컨트롤한다. 그룹 내 계열회사들은 모두 복수의결권제도를 채택해서 인베스터는 지분보다 훨씬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예컨대 에릭슨에는 5%의 지분으로 19%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식이다.
발렌베리는 지금은 5세대가 경영하고 있다. 1956년생인 야콥 발렌베리가 중심인물이다. 인베스터 회장이다. 해군에 복무했고 와튼스쿨에서 MBA를 했다. 인베스터 이사회에는 야콥 발렌베리 외에 부회장 마르쿠스 발렌베리가 있다. 야콥 발렌베리가 인베스터를 통해 제조업 쪽을, 엔스킬다은행의 후신 SEB그룹의 회장인 마르쿠스 발렌베리가 금융을 담당한다. 야콥 발렌베리는 SEB 은행장을 거쳤고 마르쿠스 발렌베리는 인베스터 CEO를 거쳤다. 즉, 가족이 금융과 제조업을 나누어 맡되 역할을 바꾸기도 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동갑내기 사촌 형제다.
인베스터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야콥은 A형 주식 14만6,669주, B형 주식 31만5,572주를 가지고 있고 마르쿠스는 A, B형을 각각 53만6,000, 1만6,223주 가지고 있다. A형 주식에 의결권이 훨씬 많기 때문에 부회장인 마르쿠스가 지배구조에서는 상위에 있는 셈이다.
발렌베리는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에 진출하지 않으며 장기투자에 치중하고 산학협력과 사회사업 지원에도 앞장선다. 회사는 재산이 많지만 발렌베리가족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재산이 적다. 정부와 노동계도 사회주의 조류가 유럽을 휩쓸던 1938년에 체결된 노사정합의에서 발렌베리 가족의 경영권을 인정했다. 당시 법인세율을 최고 85%로 합의했었다. 스웨덴의 법인세율은 점진적으로 낮아져서 지금은 21.4%다.
스웨덴은 사회민주당 주도로 2004년에 17세기부터 존속해 왔던 상속세와 증여세를 완전히 폐지했다. 당시 세율은 30%였다. 세수가 국고에 큰 기여도 하지 않으면서 기업에서의 가업승계를 어렵게 하고 개인의 경우 상속인들이 상속받은 주택을 유지할 수 없는 문제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탁월한 사회보장제도 때문에 저축률이 매우 낮다. 2007년에는 부유세마저 폐지되었다.
삼성을 포함해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스웨덴에 관심을 가진다면 그것은 스웨덴의 대기업들이 가족경영기업의 특성을 유지한 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고 여전히 지배주주 가족 구성원들의 경영하에 있기 때문이다.
소유집중형 기업도 일반적인 선입견과는 달리 경영권의 사적 이익 추구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효율적인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데 스웨덴이 좋은 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도 발렌베리는 좋은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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