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강원도에서 공무원들이 정년을 앞둔 상사에게 98만원 상당 황금열쇠를 퇴임 선물로 줬는데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이들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과태료 처분을 내리고 관련자 징계를 요구하자 이들은 소송으로 맞섰다.
결론은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퇴임 직전이라 직무 관련성이 없고 1인당 걷은 돈이 5만원에 불과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이다. 청탁금지법은 공무원이 한번에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처벌하고, 그 이하 금액이라도 직무관련성을 따져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이 판결이 청탁금지법의 칼을 무디게 하지나 않을까 우려스럽지만, 100만원 이내의 퇴직 선물은 상식적으로 허용되는 범위로 보고 면책을 한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 사회에 청렴이 강조된 지 시간이 꽤 흘렀다.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시행 4년차를 맞이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정부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많은 공공기관들도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서도 청렴계약 이행, 클린카드 사용, 클린신고센터 운영 등의 적극적인 노력을 해왔고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국민권익위원회 주관 2018년 공공기관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3년 연속 1등급을 달성했다.
하지만, 연일 매스컴을 달구는 채용비리, 부정부패 사건들을 접하면서 청렴의식이 사회 저변까지 확산되고 있을까 하는 의문과, 기대만큼 성과가 높지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더군다나 생활공간에서 보이는 각종 부조리와 반칙은 그 뿌리가 더 깊다.
최근 은퇴를 앞두고 도심을 떠나 전원으로 이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길을 막고 주택 공사를 방해하는 것, 이주민에게 쓰임새가 의심되는 동네 발전기금을 요구하는 것, 정당하지 않은 이유와 방법으로 복지시설의 건립을 막는 것, 아파트 건축이라도 할라치면 어김없이 결사반대한다고 내걸리는 현수막 등등. 이웃이 될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짓는다는 데 죽기를 각오할 것(決死)까지는 없지 않은가.
주변에서 자주 접하는 일이라 이젠 그 저의가 무엇인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지금 하는 행동이 만천하에 공개되어도 부끄럽지 않은지, 지금 하는 일을 가족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지 한번쯤 돌아보면 어떨까.
강원도에서 있었던 퇴임선물 사건의 기사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청렴을 떠올려보았다. 청탁금지법 시행이후 공공기관의 퇴임 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고 우리 공단에서는 퇴임식을 하는 경우조차 보기 어렵다.
맹자 이루(離婁章句)편에는 이런 말이 있다.
“받아도 되고 받지 않아도 될 때 받는 것은 청렴을 손상시키고(可以取 可以無取 取傷廉), 주어도 되고 주지 않아도 될 때 주는 것은 은혜를 손상시킨다(可以與 可以無與 與傷惠)”
공직사회의 변화는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공직자부터 청렴해야 하는 이유다. 법 이전에 공직자는 항상 떳떳하고 당당하여 스스로 자랑스러운지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