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소감 - 이 민 숙
봄꽃 흐드러진 산하로 어머님이 봄나들이를 나섰습니다. 불러도 대답 없이 저 멀리 아지랑이로 피어 흔들흔들 손을 흔듭니다. 그토록 긴 시간 기다려도 오지 않더니, 신춘(新春)이 되어 오시고서는, 또 왜 이토록 가까이 하지 않으시는지, 나는 오늘도 비밀번호를 바꾸지 못합니다. 졸작을 뽑아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앞으로 더 열심히 시를 쓰겠다는 다짐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당선작 - 떠나지 못하는 집
엄마가 기억하는 내 집의 비밀번호
아직도 못 바꾸고 떠나지도 못 하네
암마가 아무 기별 없어 오실 것만 같아서
엄마의 고단을 눕히던 밑 빠진 소파
다시 오면 입겠다며 걸어 둔 한복 한 벌
장롱 안 학이 노나는 배겠님, 늙었네
말리는 결혼 했다 모두가 외면할 때
휴휴 한숨 쉬면서 불쑥불쑥 찾아오신
볼수록 억장 무너진다던 작고 초라한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