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소감 - 문 서 림
<다음 세상으로 삶 말고 또 무엇을 가져갈 것인가>를 말한 허연의 시집을 들고 있던 참이었다.
삶은 이처럼 생각지 않게 뜨겁게 끓어오르는 순간이 있어 또 힘을 내어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시 쓰는 일만큼 행복한 것이 없었다. 시를 읽고 시에 빠져드는 일만큼 매혹적인 것도 없었다.
혼자 되뇌었던 말들, 혼자 삭히고 뱉어내었던 말이 아닌 말들, 내 안을 떠돌던 무수한 웅얼거림을 말이 되게 해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린다.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문학 동인들, 그 외 나를 아는 모든 분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당선작 - 겨울의 방
바닥을 닦는다
얼룩이 묻은 자리는 쉽게 닦여지지 않는다
그는 오늘도 일이 없는지
이사 갈 집을 찾느라
교차로에 코를 박고 엎드려 있다
사흘째 이어지는 장마
아들 방 지붕이 새는지 천정과 벽에
검버섯처럼 곰팡이가 피었다
물걸레로 벽을 문지르니 벽지가 하얗게 일어난다
시골로 들어가는 건 어때?
광고지에서 몸을 일으킨 그의 팔에
종이가 들러붙어 함께 일어선다
아이들 학교는 어쩌고......
그는 대답대신 담배를 들고 바깥으로 나가버린다
비는 언제쯤 그치려는지
텔레비전에서는 대선大選을 앞두고 말들이 많다
걸레질을 멈추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희망은 지구 반대편에도 일어나지 않는 모양이다
비는 그치질 않고
창가 쪽 다육이의 목이
바깥을 향해 가늘게 뻗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