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참 시끄러운 세상이다. 세상을 살아보니 ‘인화(人和)’만큼 중요한 덕목이 없어 보인다.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가 서로 화목하고 화합을 강조하기 위해 인화를 강령으로 내걸고 살기 좋은 세상을 표방하지만 이상과 같이 살기 좋은 세상이 못 되는 것은 그저 하나라도 더 가지려는 자기중심의 끊임없는 탐욕과 집단이기주의로 그만큼 인화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옛날부터 동양에서는 일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하늘의 때 천시(天時), 땅의 이점으로 지리(地利), 그리고 사람의 화합 인화(人和)로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작용할 때 일이 제대로 성사된다고 보았다.
맹자(孟子)는 그 중에서도 인화를 가장 중요시 했다. ‘하늘의 때는 땅의 이점만 못하고, 땅의 이점은 사람의 화합만 못하다(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고 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혼란기에도 맹자는 권모술수의 패도정치가 아닌 인화가 근본이 되어 덕치로서 천하를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자병법에서도 인화를 가장 우선시하였다. ‘장병의 뜻을 하나로 뭉치면 승리하고 흩어지면 패한다(專一則勝 離散則敗)’ 작은 성(城)을 포위 공격하더라도 쉽게 함락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공격하고 있는 이상 당연히 천시를 맞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기지 못하는 것은 천시가 지리보다 못하기 때문 이다. 성벽도 높고 참호도 깊다. 장비도 뛰어나고 군량도 충분하다. 그런데도 성을 버리고 패주하는 경우가 있다. 왜일까? 지리가 인화를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월등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진 월남은 관료들은 부패하고 종교인과 학생은 연일 반정부 집회로 멸망하였고 사분오열(四分五裂) 끝없는 당쟁으로 나라가 기울어져 혼란했던 임진왜란 때 왜선 133척을 12척으로 맞선 이순신장군의 명랑대첩에서 무릇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必死則生 必生則死) 교훈에서 보듯이 훈련되지 않는 백만 대군은 잘 훈련된 일만 명 보다 못하고 억지로 싸우는 일만 명은 죽기로 각오한 백명보다 못하다.
21세기 우리는 이 시끄러운 정보화 사회에 살면서 치열하고 냉혹한 경쟁 사회에서 인간끼리 서로 못 미더워하고 짓밟으면서 중심을 잃은 채 겉돌고 있는 것이 요즘의 세태다. 반목과 갈등, 대립과 투쟁은 사회분란을 초래하여 지리멸렬하게 된다.
개인이나 국가를 물을 것 없이 함께 잘살려고 해야지 한쪽만 잘살려고 한다면, 그 누구도 그 어떤 나라도 잘 살수 없다.
위기 때 마다 서로 마음을 다하여 하나가 된 우리민족은 서울 올림픽과 2002월드컵 4강 신화, IMF 시련과 같은 위기를 인화 단결하여 슬기롭게 극복하였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처럼 서로 협조하면서 이해, 화합하고 존중, 배려하는 것만이 가정과 사회, 국가 공동운명체가 함께 더불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