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을 살려야한다는 당위성에 따라, 투입된 예산만을 따진다면, 지난해 소상공인 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조5,000억 원의 예산을 퍼부었다. 이 같은 예산이 큰 효과를 못 본 이유를 들자면, 당대인들의 장보기에 전혀 맞지 않았다. 신용카드 단말기 설치 업체는 전체의 61.8%였다. 고객 주차장 구비 59.7%, 물품교환 가능업체 63.2%, 환불업체 52.5%, 택배 서비스 35.1% 등 대형마트에 비해 서비스가 미비했다. 신용카드 단말기 보유 현황에선 경북은 46%에 불과했다. 전통시장 홈페이지가 있는 곳이 전체의 13%였다. 모바일 앱이 마련된 곳은 2.9%에 불과하여, 시대의 흐름을 외면했다. 2017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세입세출예산안·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전통시장 현대화와 시장 경영혁신 등에 총 1조1,538억 원을 투입했다. 2015년 전통시장 매출은 3년 전보다 약 5% 늘어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시장 점포 보증금과 월세는 각각 18.4%와 15.6% 올랐다. 재정의 투입과 비례하여, 점포세가 올랐으니, 상인의 입장에선, 예산만 거덜 낸 것과 같은 셈이다. 어디든 전통시장을 살리겠다고 예산만 투입하면, 월세든 전세든 오르는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사전에 아무런 대비책도 없이, 전통시장 현대화 작업에 예산만 투입하면, 된다는 극히 안이한 발상에서, 나온 결과물이 아닌가한다. 전통시장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전통시장의 이런 상황에서 경북도가 다시 올해 경제 목표 중에 하나로, 전통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경북도는 지난 18일 도청 동락관 세미나실에서 경북도 및 시·군의 지역 경제 담당공무원 등 80여명이 참석하여, ‘2019년 지역경제·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우수 시·군 평가결과 지역경제 활성화 부문에서는 최우수에는 예천군, 우수에는 포항시, 영주시, 영천시, 청도군, 칠곡군이 차지했다. 전통시장 활성화 부문은 최우수에 김천시, 우수에는 구미시, 문경시, 군위군, 의성군, 봉화군이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역경제 활성화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예천군은 2018년 8월 ‘예천군 소상공인 특례보증 지원 조례’를 제정해, 출연금을 조성하고, ‘소상공인 경영안정 지원 사업’ 등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전통시장 활성화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천시는 올해 ‘제12회 경상북도 우수시장 상품전시회’를 개최해, 22개 시·군을 대표하는 상품과 음식을 홍보하는 장을 마련했다. 지역자원 발굴·활성화 컨설팅을 통해 황금시장 김장양념 축제, 평화시장 다문화 음식축제, 부곡맛고을 등(燈)축제 등 시장별 차별화된 축제로 시장 이미지 제고와 상인 소득 증대에 기여했다.
전우헌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내년에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전통시장의 살리기로, 경북도의 경제 활성화란 모임이라는 목적에서만 볼 때에, 서로가 주고받는 영예의 상잔치가 어느 정도로 내포됐다고 여긴다. 게다가 전통시장이란 현장과 전혀 동떨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도 없다. 여태껏 정부도 경북도도 예산 등에서, 할 만큼 다했다고 본다. 전통시장은 대형마트나 백화점과 경쟁한다면, 현재의 상황에선 승패는 이미 정해진 것과 같다.
전통시장의 상인들은 이제부터, 대형들과 다른 것인, 차별화로 승부를 걸어야한다. 대구 서문시장의 야(夜)시장이 좋은 사례이다. 더 근본은 상인들의 사활을 건, 자구노력(自救勞力)이다. 땀이 배인 이게 없다면, 전통시장은 재정과 행정으론, 안 된다는 것을 상인들은 명심해야한다. 경북도는 이제부턴 지자체에 상을 줄 게, 아니다. 자구노력에 성공을 거둔 전통시장의 상인들에게, 영예의 상을 줘야한다. 더하여, 자기의 상가운영에 절대로 필요한 자금도 장기 저리로 대부해 줘야한다. 이때부터 상인들의 자구노력이 빛을 발하여, 우리의 전통시장은 활기를 띠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