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철인, 동절기엔 화재가 다른 계절보다 다 많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또한 바람도 다른 철보다 더 분다. 화재불길은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이웃 건물로 옮겨 붙는다. 또한 작은 불씨가 큰 불로 갈 확률도 높은 편이다.
지난 8일 행정안전부와 산림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연평균 421건 산불이 발생해, 602.98㏊ 규모 산림이 사라졌다. 10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11월에도 많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는 평균(40건)보다 2.5배 많은 100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가을철(9∼11월)에 발생하는 산불 중 51%는 입산자 실화가 원인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소방청은 최근 6년간(2012∼2017년)일어난 화재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택 화재가 18.2%를 차지했다. 화재로 인한 사망자 50.1%가 주택 화재에서 발생했다. 주택 화재는 동절기에 더 많았다. 동절기 화재가 56.6%(2만6천580건)을 차지했다. 사망자 비율도 64.1%(573명)로 더 높았다. 주택화재 원인은 부주의가 54.6%였다. 전기적 요인(21.4%), 미상(11.2%), 기계적 요인(5.2%) 등이 뒤를 이었다. 자정부터 오전 6시에 발생한 화재는 7천438건(15.9%)이었다. 오후 시간(정오∼오후 6시)에 발생한 화재 1만5천800건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망자는 295명으로 110명이나 더 많았다.
지난 9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9월 15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 화재는 모두 7천447건으로 집계됐다. 총 41명이 사망했다. 275명이 다쳤다. 재산 피해액은 1천932억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 일어난 화재는 모두 20만5천238건이었다. 발화 요인을 건물 구조별로 분석한 결과, 샌드위치 패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였다. 행정안전부는 2월 5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전국 34만6천3,456곳을 점검한 결과, 4천890곳에 과태료 부과 등 행정조치를 했다. 과태료 부과 사유로는 화재경보기나 스프링클러 자동 작동 스위치를 의도적으로 꺼놓거나, 비상구를 폐쇄했다. 아니면, 물건을 쌓아놓는 경우였다. 훼손된 방화문 방치 등 주로 소방시설 관리 상태가 미흡한 경우가 많았다.
위의 모든 통계는 인위적으로 볼 수가 있다. 인재이다. ‘지금은 화재가 보다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겨울철’이다. 이때를 맞아, 경북도가 화재조사 선진화 대회를 개최한 것은 시의가 아주 적절하다. 경각심을 줘서, 경북도가 올 겨울철 화재 발생률을 보다 줄일 수가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경북도 소방본부는 지난 26일 영천소방서에서 도내 화재조사관 50여명이 참석하여, ‘2018년 화재조사 선진화 발표대회’를 가졌다. 화재조사 선진화 발표대회는 화재조사 능력향상과 최신 조사기법 및 정보 공유를 위한 것이다. 연구 가치가 높은 주제를 소방서별로 선정해, 재현실험 등 과학적 접근으로써 객관적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과 결과를 연구논문으로 작성하고 발표하는 대회였다. 2008년 이후 매년 개최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소방방재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강원대 이해평 교수, 경북도립대 권용수 교수, 경일대 소수현 교수가 서면 및 발표심사를 맡았다. 문경소방서 남경우 화재조사관이 ‘용융흔 크기와 경계면 두께를 통한 전기 용융흔 식별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발표한 연구내용이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아, 최우수상의 영광을 거머쥐었다. 최우수상을 받은 문경소방서 남경우 화재조사관은 내년 4월에 열리는 전국 화재조사학술대회에 경북도 대표로 참가한다.
지난 9월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2017년 발생한 화재가 총 4만4천178건이었다. 이 중에 8천11건이 전기화재였다. 전체 화재의 약 18%다. 이는 이번에 최우수상을 받은 ‘용융흔’과 깊은 관계성을 가진다. 이번의 대회는 안전한 실내에서 개최됐다. 화재는 어디든 빈틈만 있으면, 순식간에 발화한다. 올 겨울엔 경북도에 화재가 없는, 화재의 청정지역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러기 위해선 위의 통계를 거울삼아, 전수조사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