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채호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1996년 백범 살해범 안두희를 처단한 박기서 씨는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 나는 비록 배운 것은 없으나, 최소한 민족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인간쓰레기 하나를 처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독립된 조국에 정기를 불어넣는, 각성을 주는 교훈적인 말이다. 해방 이후에도 우리는 단 한번도, 친일·반민족행위자를 민족의 이름으로 처단한 적이 없다. 되레 그때의 친일·반민족행위자는 독립운동가들보다 더 잘살았다. 아니면, 부와 권력을 한손에 쥐기도 했다.
임청각(臨淸閣, 보물182호)은 독립운동가의 산실이다. 임청각은 중종 14년(1519)에 형조좌랑을 지냈던 고성 이 씨인, 이명(李?)이 지은 집이다. 원래는 99칸의 집이었다. 지금은 흔적인, 몇 칸만 남아 있다. 대한민국 상하이 임시정부의 초대 국무령을 지냈고 만주에 독립군 양성기지로 신흥 무관학교를 세운, 석주 이상용(石洲 李相龍;1858~1932년) 선생의 집이다. 독립지사를 배출한 한국독립운동사의 산실이다. 일제는 집 경내를 허물었다. 건물들을 뜯어, 중앙선 철도를 놓아버렸다. 99칸 집은 50여 칸으로 쪼그라들었다. 수시로 지나가는 열차의 굉음이 종택의 기품을 헝클어뜨렸다. 일제가 철도를 놓고 원래의 모습을 부순다할망정, 임청각에 깃던 민족의 독립정신까지 허물어지는 것이 아닌 것을 일본은 알아야한다. 일제가 무력으로 임청각을 부순 것을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한다. 실로 해방이후 73년만이다. 일제강점기 이전 모습으로 복원?정비하기 위한 종합계획을 마무리했다.
안동시는 임청각(보물 제182호)을 앞으로 7년간(2019~2025년) 280억 원을 투입한다. 임청각은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가옥이다. 항일독립투쟁 중 독립운동자금 마련을 위해 집을 내놓기도 하는 등 애환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10명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역사적인 장소이다. 안동시는 현재 일제강점기에 중앙선 철로 개설로 훼손되기 이전의 임청각과 그 주변을 옛 모습에 가깝게 복원?정비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1763년 문집『허주유고』속 그림인 ‘동호해람’, 1940년을 전후해 촬영된 사진과 지적도와 같이 고증이 가능한 자료를 근거로 종합적인 복원?정비 계획을 마련했다.
지난 22일 마무리 된 이번 복원?정비계획은 지난해 11월 2일 임청각 종손과 문중대표, 지역 전문가, 문화재위원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4차에 걸친 논의와 지난 8월 16일 열린 문화재위원회의(건축문화재분과) 검토를 거쳐 신중을 기했다. 이번 종합계획에 따라 임청각 주변에 멸실된 임청각의 분가(출가한 자식들의 가옥) 3동을 35억 원을 들여 복원한다. 철도개설로 훼손된 주변지형과 수목, 나루터에 22억 원을 들여, 옛 모습에 가깝게 복원한다. 임청각 진입부는 석주 이상룡 선생의 독립정신을 기리고, 그 뜻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기념관을 건립(70억 원)한다. 주차장, 화장실, 관람로, 소방시설, 관람?편의시설도 재정비(23억 원)한다. 시행을 위한 토지매입(70억 원), 시굴?발굴(25억 원), 임청각 보수?복원(20억 원), 설계용역과 기타(15억 원) 사업까지 합치면 총 280억 원 가량의 재정이 투입될 예정이다. 복원?정비 사업을 하려면 임청각 앞마당을 가로지른 중앙선 철로의 이전과 철거가 먼저다. 철거 이전은 오는 2020년까지로 예정돼, 이전까지 복원?정비를 위한 기본설계, 실시설계와 주변 토지매입, 발굴조사 등 선행 사업을, 철거 이후인 2021~2025년은 훼손 건물 복원, 지형과 경관 복원, 편의시설 설치를 차례로 추진한다.
현재 문화재청은 임청각 복원?정비 사업을 위해 관보에 공고했다. 내년 1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토지매입과 기본설계를 시행한다. 임청각 복원은 일제강점기 청산이란 민족적인 역사관에서 출발하고, 후손들에게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처단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줘야한다. 복원은 시일과 재정에 무관하게 추진해야한다. 편의시설 등은 최대한 축소로 가야한다. 이는 민족의 독립정신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