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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일생일작(一生一作)·변희자 시인의 ‘피리’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1.02.03 18:39 수정 2021.02.03 18:43

김 시 종 시인
국제PEN 한국본부 자문위원

세상에 결코 우연은 없다. 필자(나)의 지은 시(詩)가 물 흐르듯 시의 흐름이 순조로운 것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노래테이프를 즐겨 듣거나, TV 가요프로를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노래는 만병통치약이다. 노래를 즐겨 들으면 혈액순환이 잘 된다. 시를 잘 짓는 비법(비결)을 내게 묻는다면, 잘 된 시집도 많이 애독해야 하지만, 명곡(名曲)을 즐겨 듣고 부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상책일 것 같다. 예술가나 시인이나 몇백 편의 명품(名品)을 남기려고 헛애를 쓰지 말고 영원히 잊혀 지지 않는, 한평생 단 한 편의 작품이라도 남기도록 진지하게 애써야 한다.
내가 어릴 때 70년 전에는 할머니가 집에서 피리를 못 불게 하셨다. 피리를 불면 뱀이 나온다고 하셨다. 그 때 할머니(윤성범 씨)의 말씀이 지금 생각하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뱀도 소리를 듣고 고운 소리에 뿅 가는 것이 아닐까.
인도의 코브라는 마술사의 피리소리에 맞춰 일류 무용수가 되어 코브라 춤은 인도 사람에겐 코브라 춤을 보는 것이 일상의 행복이리라. 우리나라·중국·유럽의 여러 나라 시인들이 ‘피리’를 소재로 나름대로 멋진 시(詩)를 뽑았지만, 문경시 호계면이 낳은 변희자 여류시인의 ‘피리’를 앞지르는 시작품을 만날 수 없었다.
변희자 여류시인의 시 ‘피리’는 문경여자고등학교 2학년 재학시절, 낭랑 18세 때 지었다니, 뛰어난 시재(詩才)에 나도 몰래 놀랄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 가장 잘 된 ‘피리’ 시를 우리 국민에게 보여드려 이웃과 화합하고 자유대한이 천년만년 이어 가도록 좋은 마음을 꼭 품고 사시기를 빌면서 멋진 ‘피리’ 소리를 들어 봅시다요.

(시) 피리 / 변희자

너는 거기서 새어 나와
살 속의 바다를 길어 올린다.

원래 빈 목숨
내 향기로
내 가슴은 옷을 입고
넉넉한 눈물의 뜨락을 알았으며
소리 나는 귀도 얻었다.

아, 너 하나 가지면
삼라만상 손등에 앉아
몸 굴려 날아오르고
나는 바람이 되어 먼 들길을 간다.
※ 변희자 시인 발자국
1990년 문예사조 시 신인상 1기 당선
88년 白山여성백일장 시 최우수 당선
영강시안 작품상 수상(피리)

(덤시) 하나되기 / 김시종

양과 늑대를 한 우리에
밀어넣는 게 결코 통일이 아니다.

며칠 안 되어
양은 한 마리도 안 남고
늑대만 득실거릴 게다.

양은 양끼리,

늑대는 늑대끼리,

그냥 살게 두는 것이

참된 평화요,
실속있는 통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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