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등록 반려견 수가 2019년 209만 2,100여 마리로 집계됐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집콕’이 이어지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고, 반려동물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만큼 필자는 국내 반려견 수가 이제 500만 마리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급속한 반려견 증가도 여러 가지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반려 문화’, ‘펫티켓’(펫+에티켓)은 여전히 낙후한 상태에서 반려견 수만 늘어나면서 비반려인은 물론 다른 반려인과 갈등을 빚을 수 있는 탓이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이 ‘맹견’이다.
지난해 7월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입마개를 하지 않은 로트와일러가 산책 중이던 스피츠를 공격해 죽이고, 반려견을 지키려던 견주까지 다치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결국 검찰이 지난해 12월 로트와일러 견주를 ‘재물손괴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로트와일러는 과거에도 다른 반려견을 공격해 죽게 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트와일러는 독일의 군견, 경찰견이다. 암살을 두려워한 나치 독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1889~1945년)가 침실 경호를 맡긴 개로 유명하다. 영리하고 충성심이 높다. 동시에 몸집이 큰 데다 힘이 아주 세고, 아주 사납다. 키울 때 반드시 복종 훈련을 시켜야 한다. 운동 등을 위해 외출할 때는 물론 집에서도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로트와일러와 70~80년대 어린이를 물어 죽이는 일이 빈발했던 도사견, ‘투견’으로 유명한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등 5개 견종과 그 잡종(혼종)을 ‘맹견’으로 규정했다.
맹견은 외출할 때는 반드시 목줄, 입마개 등을 착용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2월 12일부터는 ‘맹견 보험’ 가입이 의무화한다.
문제는 맹견만 주의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반려견 붐을 타고 국내에 새롭게 도입되는 견종도 점점 많아지는데 그중에는 5대 맹견 못잖게 위험한 견종도 적잖기 때문이다.
2017년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 씨의 프렌치 불독, 지난해 개그맨 김민교 씨의 벨지안 쉽독 등은 모두 맹견은 아니었다. 그러나 모두 사람을 공격해 숨지게 했다. 벨지안 쉽독은 유럽에서 경찰견으로 쓰이는 중대형 견종이라고 해도 프렌치 불독은 귀엽기로 소문난 소형 견종인 데도 그랬다.
이를 보면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보다 ‘세상에 안심할 수 있는 개는 없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것인지도 모른다. 초대형견이든, 초소형견이든 개가 낯선 개나 모르는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내재한 본능이다. 수만 년 동안 사람 곁에서 살아왔으나 개는 사람이 아니다. 개에게 도덕을 일깨울 수도, 법을 가르칠 수도 없다. 사람도 잘못을 범하고, 죄를 짓는데 개를 어떻게 탓하겠는가?
자신의 반려견이 어떤 성격이고, 어느 성향인지는 반려인이 가장 잘 안다. 아니 가장 잘 알아야 한다.
반려견이 공격적이거나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이 무서워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반려인이 먼저 움직일 필요가 있다.
초소형 견종도 외출할 때 입마개를 자발적으로 해주고, 엘리베이터에서는 품에 안는 등 다른 개나 사람과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
집이라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실내에서 키운다면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도록 문 앞에 펜스를 치자. 실외에서 중대형 견종을 키운다면 일정한 사육장은 필수다.
그렇게 노력해야 반려견을 가족으로 들일 자격이 비로소 생긴다. 도덕, 법을 반려견은 모른다고 해도 반려인은 알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