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얼마나 불평등한가. 그리고 그 주된 원인과 해법은 무엇일까.
서울시가 올해 초 실시한 공정성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민 10명 가운데 7명이 사회 전반의 불평등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불평등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6.5%에 달했다. 이러한 숫자는 필자가 체감하는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은 각자의 주된 사회경제적 활동 영역에서 부딪히는 문제에 대한 상대적 체감도가 높았다. 연령대별로, 취업의 어려움을 겪는 20대와 30대는 일자리 문제에서,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가정을 이루기 시작하는 30대는 자산 형성의 문제에서, 경제활동에서 은퇴하는 50대와 60대는 사회 참여의 문제에서 불평등을 상대적으로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모든 연령대에 걸쳐서는 부동산 등 자산 분야에서의 불평등이 압도적으로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자산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83.5%로 소득 불평등의 78.6%를 상회하였다. 최근 몇 년간의 주택가격 폭등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우리 국민들의 주관적 인식도는 수치로 객관화한 우리나라의 자산 불평등 수준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가 매년 발간하는 Global Wealth Databook의 통계를 이용해 국가별 자산 불평등도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 지니계수는 0.7248(2013~2017년 5년치 평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포함한 42개 국가 가운데 16번째로 낮았다. 지니계수는 불평등도를 계량화한 대표적 지표로 값이 커질수록 불평등 수준이 높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자산 불평등도는 일본, 호주, 이탈리아 등에 비해서는 높지만 브라질, 칠레와 같은 신흥개발국이나 독일, 스웨덴 등 복지 선진국에 비해서는 양호한 수준이다. 주관적 불평등도를 국제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없는 상태에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들이 체감하는 자산 불평등 수준과 국가간 비교를 통해 어느 정도 객관화한 불평등 수준 사이에 상당한 갭이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간극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겠으나 우선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문제를 들 수 있다. 불평등이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의 산물이라면 결과로서의 불평등을 수용하는 태도는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자산의 불평등이 단순히 개인이 근로소득을 한푼 두푼 모은 저축의 결과물이라면 자산 격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을 것이다. 한 사회의 총량적 부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개인이 기여한 만큼 부의 크기가 결정된다면, 결과로서의 자산 불평등에 대한 주관적 수용도는 적어도 지금보다는 높아지지 않을까?
과정의 공정성을 가늠해 보기 위해, 일례로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한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를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CPI는 OECD 36개국 가운데 27위에 불과하며 이 순위는 지난 10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낮은 CPI 수준은 우리 사회가 경제적 성숙도나 소득수준에 비해 절차적 공정성 면에서는 여전히 다른 선진국에 크게 뒤쳐져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최근 심화되고 있는 자산 불평등이 주로 주택가격 급등에 기인한다는 점도 불평등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악화시키게 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주식이나 금융자산의 경우, 소유의 편중이나 자산가격 상승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직접적이지 않다.
반면 주택가격의 상승은 가계의 주거비를 상승시키므로 개인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보다 직접적이다.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불평등은 단순히 각 가정의 금고의 크기에 그치지 않고 가계의 주거 불안정성으로 직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그만큼 불평등에 따른 심리적 저항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끝으로 자산 불평등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국가별 사회안전망 수준과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위 그림에서 한국의 우측에는 조세를 통한 사회안전망이 잘 갖추어져 있는 국가들이 위치하고 있다.
스웨덴이나 덴마크 등은 우리나라에 비해 자산 불평등도가 월등히 높지만, 이들 국가의 경우 자산과 가족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개인이 생애주기별로 처하게 되는 위험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다. 반면, 한국에서 자산 불평등의 확대는 주거 불안정의 심화, 위험에 대한 대응력의 상실을 의미한다.
불평등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우려가 한국인이 유달리 ‘정서적으로’ 불평등 문제에 민감한 탓은 아닐 것이다. 과정의 불공정성, 주거의 불안정화, 사회안전망의 미비가 한국에서 소득 격차나 자산 편중을 더욱 심각한 문제로 만드는 요인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달리 말해 불평등 문제에 대한 해법은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 자산 특히 주택가격의 안정화, 사회안전망의 강화를 통해 모색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