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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2020년! 빨리 가라고 등을 떠다 밀다!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0.12.22 18:19 수정 2020.12.22 18:19

김 시 종 시인
국제PEN 한국본부 자문위원

2020년은 코로나 대역질이 전 국토를 강타한 공포의 한 해였다. 국민건강, 국가경제, 심지어 나의 시 창작까지 사정없이 짓밟았다.
시인의 시심(詩心)은 저항정신이다. 평소 단시(短詩)가 명시(名詩)라고 역설(力說)(!)하는 필자(나)는 올해는 화끈한 단시(短詩)를 재수가 없어, 한 편도 못 만났지만, 몇 해 전(2017년)에 낸 김시종 39시집 ‘아버지’에서 내가 아끼는 단시(短詩) 7편을 발굴하여, 망나니 코로나 대역질 땜에 신음하는 이 땅의 민초(民草)들이 읽고 제발 위안을 받으셨으면 한다.
내가 시 창작을 하는 것은 내 문명(文名)을 떨치기 위함이 아니요, 국민들께 사는 보람과 기쁨을 드리기 위해서다.
이 땅의 주인장이신 국민 제현(諸賢)께 심신의 상처가 조속히 치유가 되고,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용솟기를 두 손 모아 비노이다. 밝아오는 새해(2021년)는 진정 복(福)된 해가 꼭 되소서.
이제 김시종 시인의 단시(短詩) 속으로 들어가 봅시다.

● 김시종 단시선(金市宗 短詩選)

명쾌한 시
부활절에 죽은 자는 부활하지 못한다.
부활절 삶은 달걀이 병아리가 될 수 없듯이…·
(2017.4.16.)

동해바닷가에서
파도가 종일 흰 이빨을 갈면서,
24시간 육지를 향해
상륙작전을 감행하고 있다.
끈질긴 파도의 공격에도
좀 채 육지는 함락되지 않네요.
(2017.2.14. 영덕 병곡)
여심(女心
여자 나이 8세나, 80세나 동갑(同甲)이다.
여자의 몸이 나이를 먹지,
여자의 마음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젊은 여자의 호소보다,
늙은 여자의 애소가 더 감성적이다.
(2017.2.3.)
효묘(孝猫)
고양이는 지극한 효자동(孝子童)이다.
아기울음 끊어진 농촌에서,
밤마다 아기울음을 자지라지게 울어,
꼬부랑 할매를 새댁시절로 회춘(回春)케 한다.
(2017.2.7.)

신(神)의 은총
나에게 눈물의 참뜻을
깨우쳐 주시려고,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우리 아버지를 압수해 가시다.
(2017.3.7.)

근황(近況)
무질서한 나라일수록 줄서기를 좋아한다.
문(門) 앞에 줄을 서서 문(文)이 보이지 않는다.
문(文) 앞에 줄을 서서 문(門)이 보이지 않는다.
(2017.3.22.)

눈 오는 날
날리는 눈발을 타고
구원형(재종형)이 오신다.
어깨에 장작 다발을 멘 구원형이 오신다.
내 어린 날 겨울은 너무 추웠다.
아버지가 안 계신(죽고 없는) 우리집엔
늘 쌀독 밑바닥이 보이고,
겨울밤에도 아랫목은 냉돌이었다.
겨울이 더욱 추운 우리집에 구원형님은
올 때마다 장작 한 다발을 메고 오셨다.
형님이 가져오신 장작 덕분에
그 날 밤은 등이 따뜻했다.
지금 구원형님은 눈 이불을 덮고,
이천호국원에서 긴 잠을 주무신다.
내 마음속의 난로 옆에는
나와 구원형님이 따뜻한 표정으로
노변정담을 웃으며 나눈다.

(덧말) 재밌게 읽으셨습니까?
감사합니다. 김시종사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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