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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후변화와 전염병 그리고 나비효과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20.09.21 19:04 수정 2020.09.21 19:04

김 은 아 부연구위원
국회미래연구원

기후변화 하면 지구 평균기온 2℃ 또는 1.5℃ 상승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렇듯 기후변화는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현재 진행 중이며 미래환경에 중요한 변화요소이나 기후변화와 함께 오는 자연·인간·사회환경 변화 패키지에 무엇이 포함되어있는지를 상상하기는 쉽지가 않다.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이 단순히 개인이 느끼는 체감기온이 2℃ 상승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의 생태계,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해 사회·경제·문화 영역에 이르는 나비효과를 고려한다면 기후변화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떻게 달라질까.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코로나19 사태의 원인에 대하여 다양한 전문가들의 분석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토착 전염병은 오래전부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해왔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었으나 위생상태가 좋아지고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감염병을 정복했을 거라 믿었던 시기를 지나 1990년대 말부터 다시 감염병이 증가한 이유가 무엇일까.
인간과 사회, 자연환경의 변화 그리고 그들 간의 상호작용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으며 일부 기후환경 전문가는 기후변화를 간접적이지만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로 꼽는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이 21세기 들어 증가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으로 이동수단의 발달에 의해 국경 간의 사람과 물류의 이동이 활발해지고 도시화에 따라 인구밀도가 높아지는 등 감염 매개체와의 접촉의 빈도와 지역적 범위가 넓어지게 된 사회환경적 요인을 꼽을 수 있다.
더불어 이러한 사회환경적 요소와 상호작용을 하는 기후변화와 같은 자연환경변화와의 상호작용을 간과할 수 없다. 실제로 기후조건이 다양한 전염병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며 세계보건기구는 기온, 강수량, 해수면 상승 등과 같은 기후변화 요소가 감염병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리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4차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곤충과 설치류 등을 매개로 한 전염병 위험성 증가를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곤충과 동물을 매개로 한 바이러스로 추정되는 신종인플루엔자(2009년), 에볼라바이러스(2014년), 지카바이러스(2015년) 등을 포함하여 전 세계 신종감염병 발생 건수는 최근 50년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사스(2002년), 메르스(2012년), 코로나19(2019년) 등과 같이 동물에서 유래해서 사람 간에 감염이 지속되는 전염병은 과거의 전염병과 다른 수준으로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970년대 이후 발견된 40여 종의 신종감염병의 60% 이상이 동물로부터 사람으로 전염된 것이며 그 동물 중 70% 이상이 야생동물이라는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야생동물을 매개로 한 신종감염병의 발생 주기가 짧아졌다는 것은 야생동물과 사람의 접촉이 과거에 비해 쉬워졌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배경에는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인 야생동물의 서식지 변화도 존재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사막화, 해안 저지대 침수, 환경오염 등 기후변화의 1차적 영향은 그 영향을 받는 공간에 존재했던 동·식물의 서식지의 이동을 초래하여 사람이 거주하는 환경 또는 그곳에서 사육되는 가축과의 접촉 기회를 늘릴 수 있다.
한편 기온 및 강수량 변화는 매개체의 먹이 조건 등이 변함에 따라 기후조건이 다른 곳에 서식했던 외래종의 서식지 확대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지구 평균기온 증가는 고온 환경에서 생존이 유리한 종의 증식 또는 신종 미생물의 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아직 활발하게 논의되지 않은 잠재위험요소가 더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빙하가 녹고 있다는 사실은 북극곰 캠페인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그로 인해 빙하에 봉인되었던 미지의 바이러스가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어떠한 생장 곡선을 그릴지는 누구도 알 수가 없다.
더욱이 전염병은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대상 영역 중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기후변화로 통칭하는 환경변화는 여러 단계를 거쳐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환경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향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이다.
물론 신종전염병 증가와 기후변화의 상관관계는 느슨하며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특정 사건의 주된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는 관점에서 중요한 질문은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수립할 때에 기후변화 영향 및 그로 인한 사회영역에서의 리스크를 얼마나 어떻게 고려하는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지구 평균기온의 급속한 상승으로 인해 코로나19라는 하나의 ‘사건’으로 발생한 사회적 혼란보다 몇 배 더한 비용을 지속적으로 치러야 한다면 이에 대한 국가적인 리스크 관리가 지금보다 강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후변화 대응 국가 리스크관리 관련 정책 수립 시 기후환경 변화가 가져올 해수면 상승과 같은 널리 알려진 영향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파급될 수 있는 사회변화와 그에 따라 요구되는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 또는 에너지기본계획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주요 기본계획 내용에 신종전염병 확산과 같은 고위험성 이벤트와 그 파급효과가 반영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국가와 지자체는 다양한 고위험성 이벤트 발생시 요구되는 비용을 고려하여 적절한 수위의 예방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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