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겪은 수탈·강탈의 역사는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일제의 문화재 강탈의 역사에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일이 있다. 소위 오구라 타케노스케(小倉武之助)컬렉션이다.
오구라는 경부철도 대구출장소의 경리주임이었다. 일본에서 건너온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이용한 고리대, 부동산업 등을 시작하여, 부를 축적했다. 오구라는 1921년부터 한반도에 걸친 광대한 문화재를 수집했다. 단순한 문화재 수집에서 벗어나, 약탈(掠奪) 및 도굴(盜掘)까지 동반한 방법으로, 당시 한반도에 존재하던 엄청난 양의 문화재들을 자신의 개인 수집품으로 삼았다.
1981년 오구라 컬렉션이 도쿄박물관에 기증될 때 제출된 목록서를 보면, ‘명성황후 시해현장에서 반출’도 있다. 결국에는 이것이 정당한 수집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구라 수집품들 중엔 백제의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통일신라시대 ‘금동비로자나불입상’, ‘가야 금관’, ‘조선대원수투구’ 같은 유물들은 물론 다른 수백여 종의 물품들 역시 우리 민족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사료로써의 가치가 있는 문화재이다.
한국인의 정당하게 문화재를 수집한, 심미안(審美眼)의 천재인, 간송 전형필(澗松 全鎣弼)선생이 있다. 그의 대표적인 수집품은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1940년까지 이 해례본을 발견하지 못했다. 1940년 간송 전형필 선생이 드디어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냈다. 간송은 당시로써는 기와집 10채 값인 1만원을 주고 해례본을 구입했다. 간송은 값으로 매길 수 없다는 무가지보(無價之寶)로 꼽힌, 훈민정음 해례본을 소장했다.
이 같은 강탈·수탈된, 문화재에 대해, 지난 10일 경북도는 구미 왕산 허위선생 기념관에서 국외문화재 관련 단체, 학술자문위원, 시민 등 150여 명이 참석하여, ‘일제강점기 유출 우리문화재 현황과 환수과제’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등 국난의 시기, 강탈(强奪)과 도굴(盜掘) 등으로 해외로 불법 유출된 문화재에 대한 현황과 환수방안을 관련단체, 일반 시민들과 공유하여, 국민적 관심과 동참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8월 연구원의 학술자문위원인 경북대 박천수 교수와 임남수 영남대 교수가 일본 오사카, 나라의 공공기관 및 고미술상에 있는 반출된 문화재 현황을 현지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박천수 경북대 교수의 ‘일제강점기 유출 신라 가야 문화재 현황과 역사적 의의’는 일제 강점기에 유출된 문화재의 역사적 가치와 반환의 당위성에 대한 설명으로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어 정인성 영남대 교수의 ‘야쓰이 세이치(谷井濟一)고적조사와 반출문화재’, 임남수 영남대 교수의 ‘일본미술관 소장의 고려 불화’, 김도영 경북대 연구교수의 ‘도쿄박물관 소장 명문대도의 역사적 의미와 복원 의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사)한국국외문화재연구원은 지난 2011년 설립돼 해외반출 문화재 환수, 국외소재 문화재 실태조사와 연구, 책자 발간, 학술행사, 전시회, 범국민 홍보활동 등 다양한 사업을 경북도와 함께 추진해오고 있다.
김영재 한국국외문화재연구원장은 “지난 8년여 동안 강제로 반출된 우리문화재 환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에 일본경매에서 낙찰 받은 ‘묘법연화경’(불교경전)은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경북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통해 이룬 값진 성과”라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우리문화재 18만여 점이 하루 빨리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관련기관, 단체와 지속적으로 협조하고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일제의 강탈 문화재가 얼마인지를 모르곤, 18만여 점도 믿을 수가 없다. 때문에 일제 강탈 문화재와 해외에서 불법 소재한 문화재 목록부터 만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