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괄적으로 지역사랑의 화폐를 보면,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화폐’의 열풍이 분다. 2016년 1,168억 원에 그쳤던, 지역화폐 발행규모는 올해 2조3,000억 원(예정 포함)에 달한다. 지역 공동체가 자립할 수 있는 지역경제를 구축하는데 쓰인다. 유통을 늘려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 초점이다.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 대기업 프랜차이즈·편의점에서도 지역화폐를 쓸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사실상 ‘소비촉진 할인쿠폰’에 가깝다.
반면 기존 공동체 화폐는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졌다. 공동체 가게가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할인혜택에 있지 않다. 공동체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에서 나온 소비행위다.
정부의 2018년 12월 ‘자영업 성장과 혁신 종합대책’에 따르면, 2022년까지 18조원 규모의 지역상품권(8조원)·온누리상품권(10조원)을 발행한다. 정부에서 예산을 투입해 지역화폐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지자체장이 지역화폐 발행 방침을 정하면, 준비 작업부터 운영까지 모두 대행사업자가 맡는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은 배제된다. 지역화폐 발행을 놓고 지자체와 시민사회 간 갈등이 잇따르는 이유다. 외국에서는 역사가 200년 가까이 됐다. 한국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다. 국내의 경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공동체 가치 실현을 위해 소규모로 지역화폐를 발행한 것이 시작이었다. 최근 정부가 지역경제를 살린다며, ‘할인 상품권’ 성격의 지역화폐 확대에 적극 나섰다.
안동시도 지역사랑 열풍에 따라, 안동사랑 상품권을 발행한다. 12월 2일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유통한다. 안동사랑 상품권은 지역 내 소비촉진과 자금의 역외유출 방지로 지역경제 활성화, 골목상권 보호·육성, 지역공동체 유대강화를 위해 발행한다.
안동시는 지난 9월 조례를 제정했다. 판매 대행점 지정, 가맹점 모집, 관리시스템 도입 등 유통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했다. 안동시는 한국조폐공사에서 50억 원 상품권을 발행했다. 5천원 권, 1만 원 권, 3만 원 권 3종류로 유통된다.
상품권 구매 및 환전은 농협은행, 신한은행, 대구은행, 지역 농·축협,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지역 금융기관 38개소에서 할 수 있다. 상시 6% 할인, 명절 등 특별기간에는 1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개인당 월 50만 원, 연 400만 원까지 구매할 수 있다. 상품권면 금액의 70% 이상을 사용할 경우, 나머지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현금영수증 발급도 가능하다. 가맹점은 현금과 같은 안동사랑 상품권을 취급함으로써 카드 결제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
현재 안동사랑 상품권 가맹점으로 전통시장, 음식점, 주유소, 학원, 약국, 의원 등 약 1,000개소를 모집해, 시민들이 다양한 업소에서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가맹점은 연중 상시 모집한다. 안동시청 일자리경제과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신청할 수 있다.
안동시는 경기침체로 모두 어려운 시기에 안동사랑 상품권이 지역 상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상품권 조기 정착을 위해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갖고 상품권 구매와 사용에 동참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안동사랑 상품권의 순기능만 봤다. 역기능도 없지가 않다.
정치경제연구소는 “정부가 영구적으로 소비 할인쿠폰을 발행해 소비 진작을 이끈다는 것은 불가능한 발상이다. 결국 지역보호주의와 같은 부작용 때문에 지역 간,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만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전문 업체에 맡기고 (지역)화폐를 찍어내는 게 능사가 아니다. 정부 지원이 끊긴 뒤에도 지역화폐를 유지하려면, 시민사회가 지역화폐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안동 사랑 상품권의 역기능을 잘 살펴, 성공의 길로 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