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근 10년간 전력수요 증가율은 연평균 약 3.3% 수준이나 최근에는 연평균 1%대로 낮아지고 있다.
이렇게 낮아지고 있는 전력수요를 세부 계약종별별로 구분해 보면 증가율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일반용은 3.1%, 주택용은 2.1% 증가하고 있는데 비해 농사용은 7.7%로 전체 평균의 2배 이상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농사용전력 중에서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계약전력 300㎾이상 대규모 기업형 고객이다. 300kW를 기준으로 지난 10년간 수요증가율을 비교해보면 300㎾이하 농사용 고객은 연평균 5% 증가한 반면 300㎾가 넘는 대규모 기업형 고객은 연평균 수요가 20%이상 급증하고 있다.
전체적인 전력수요가 소폭 증가하고 있는데 비해 농사용전력의 수요증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농사용전력의 낮은 요금 때문이다.
농사용전력의 원가보상율을 살펴보면 40% 수준을 밑돌고 있다. 이는 100원을 들여 물건을 만들어 40원에 판매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산지에서 재배하여 파는 배추가격보다 공장에서 가공된 김치가격이 더 저렴하다는 말과 같다.
한전에서 농사용전력을 운영하고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농수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고, 영세한 농어민을 지원하기 위함이나, 농사용전력의 요금인상이 지속적으로 억제되면서 석유수요가 전기로 대체되는 등 에너지 소비구조 왜곡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농사용전력의 당초 취지와 다르게 대규모 기업농에게 요금혜택이 집중되고 있어 정작 필요한 영세농민들에 대한 지원이나 농수산물 가격안정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음은 물론, 에너지 소비구조 왜곡현상에 대한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 구조로의 변경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최근 한전에서는 에너지 소비구조 왜곡현상에 대한 대책으로 수요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고효율기기 사용을 장려하는 등 저탄소·고효율 구조로의 전환을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특히 대규모 시설농가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태양광, 히트펌프 등의 신재생에너지원을 활용해 저장·관리·제어 할 수 있도록 설계한 ‘에너지자립형 스마트 팜’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한전의 노력에 더해 정부기관에서도 무분별한 농사용 전기사용을 자제할 수 있도록 농업부문 전반에 대한 정책적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대규모 기업형 농사용고객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면 타 계약종별에 대한 요금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수출규제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현실에 당초 취지에 맞도록 농사용전력의 합리적인 운영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