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기고

아파트 구내정전, 이제 내년 여름을 대비할 시점입니다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09.30 19:45 수정 2019.09.30 19:45

김 형 태 고객지원부장
한전 경북본부 구미지사

갑자기 전등과 TV가 꺼진다. 연신 시원한 바람을 뿜어내던 에어컨과 선풍기도 멈춘다. 거실 비상등 하나가 슬그머니 켜지지만, 돌연 석기 시대의 동굴 속 사내가 된 느낌이다. 이제 냉장고 음식이 상하기 시작할 것이다. 주방과 화장실 수돗물 공급도 중단될 것이다. 멀쩡한 가스레인지를 인덕션으로 괜히 바꿨다. 저녁식사를 위해 배달음식을 주문해 보지만, 15층을 두 다리로 오르내려 줄 배달원을 만나긴 어렵다. 핸드폰 충전은 어쩌나...... 갑자기 감당하기 어려운 더위가 짜증과 함께 몰려온다.
최근 만성적인 광역 정전으로 고통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 여름, 갑작스런 수전설비 고장으로 정전이 발생한 아파트 주민들이 당면했을 상황이다.
올 여름 아파트 정전은 전국적으로 104건 발생했다. 우리나라 폭염 관련 기상 기록을 대부분 갈아치운 작년의 162건에 비해 감소했지만, 올해도 5만798세대가 기나긴 열대야를 전기 없이 보냈다.
대규모 아파트에는 한국전력이 공급한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소유하고 관리하는 수전(受電)설비가 있다. 변압기, 차단기 등이 그것인데, 변압기나 차단기가 각 세대의 전력사용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전 가능성은 높아진다. 정전이 발생하면 한국전력은 비상발전기와 비상변압기 등을 통해 응급복구를 지원하지만, 현장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렇다면 왜 아파트 정전은 여름철 저녁시간에 주로 발생하는 것일까? 답은 에어컨 가동에 있다. 온 가족이 일터와 학교에서 돌아와 기존의 가전제품에 더하여 에어컨을 추가로 가동함에 따라, 10~20년전 선풍기를 겨우 가동하던 시절의 전력사용량을 기준으로 설치된 수전설비에 과부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때 수전설비의 노후도에 따라 정전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한국전력 경북본부는 여름철 아파트 정전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 4월, 관내 아파트 수전설비 357호에 대한 열화상 진단을 실시하고 위험개소  7호에 대해 시정을 권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아파트 수전설비를 소유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아닐 뿐 아니라, 여름철 전력 부하가 결정적으로 온도와 습도의 영향을 받는 관계로 한국전력의 아파트 정전 예방 활동은 그 효과가 매우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아파트 불시정전을 예방하기 위한 첩경은 용량부족 노후 수전설비를 교체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불과 십수년전엔 듣도 보고 못했던 전기기기에 둘러 쌓여 에어컨 리모콘을 누르는데 훨씬 너그러워진 반면, 일부 아파트는 세대당 전기사용 용량을 턱없이 부족하게 계상한 수전설비를 여전히 가동중이다. 용량이 부족한 노후 수전설비를 교체하는 것 이외의 조치들은 아파트 정전예방의 미봉책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한국전력은 세대당 3kW 미만, 설치후 15년 이상,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아파트가 수전설비를 교체하는 경우 변압기는 kVA당 2만5천6백원을, 차단기는 A(암페어)당 1천440원을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 한국전력 경북본부는 4호에 75백만원을 지원했다. 전국적으로는 248호 총 금액은 39억2천3백만원에 달한다. 이때 변압기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고효율 변압기로 교체할 경우 전기요금 절감효과를 아울러 누릴 수 있다.
수전설비 교체는 엘리베이터 교체나 건물외부 도색처럼 ‘표시가 나는’ 사안이 아니다 보니, 장기수선충당금 사용의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현상에 따라 앞으로 우리나라 여름철 기온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전기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도 이에 비례할 것이다. 아파트 수전설비 교체에 입주자 대표자 분들과 관리사무소, 그리고 주민 전체의 관심과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세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