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조들의 선언 중에 공직자가 지켜야할 덕목으로 사불삼거(四不三拒)라는 말이 있다. 부업을 하지 않고, 땅을 사지 않으며, 집을 늘리지 않고, 재임지의 명산물을 먹지 않는다는 사불(四不)과 윗사람의 부당한 요구, 청을 들어준 것에 대한 답례, 경조사의 부조를 거절한다는 삼거(三拒)를 일컫는 말이다.
지금 시대의 기준으로 사불삼거를 가만히 곱씹어 보고 있노라면 공직자는 개인의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것이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시대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다가도 또 다른 면에서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지나치게 옥죄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2019년의 공직자들에게 사불삼거 정도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것에 근거해 오해 살만한 부적절한 행동을 하지 말자라는 것이 요(要)다. 과거에 비해 보는 눈, 듣는 귀가 많아 사불삼거를 가슴 속에 새기지 않아도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아직도 학연이나 지연 등 사사로운 감정에 휘말리거나, 이익을 바라고 크고 작은 청탁이 벌어지는 걸 보면 기준이 조선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낫겠다 싶은 마음이다.
아직은 공직자로서의 태도보단 공무수행자로 업무의 착오가 없도록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나로서는 청렴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무게감이 그리 크게 와닿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청렴이라는 기준은 거부감 없이 나를 익숙하게 만들었고 눈 뜨면 직장으로 출근하는 모습처럼 일상생활 속에 아주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다.
2019년의 지금.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내 이름을 소개하듯 공직자 모두는 매순간 청렴이라는 두 글자를 이름 부르듯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