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언제나 기부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기부행위 상시 제한에 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대국민 홍보 리플릿의 메인 문구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근무하면서 각종 행사에서 이 리플릿을 나눠줄 때면 사람들은 가끔 이렇게 묻곤 한다. “기부란 것은 좋은 일이잖아요. 그런데 왜 정치인은 기부하면 안되나요?”
기부행위는 자선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하여 돈이나 물건 따위를 대가 없이 내어 놓음을 의미한다.
어려운 처지의 이웃들에게 이러한 온정의 손길이야말로 더 할 수 없는 힘이 되므로 이러한 의미에서의 기부행위는 적극적으로 권장함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처럼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기부행위가 선거관리위원회의 입장에서는 정치인의 기부행위와 연결돼 근절돼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공직선거법에서는 기부행위의 의미를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 단체, 시설 및 선거구민의 모임이나 행사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 단체, 시설에 대해 금전, 물품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이익제공의 의사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정치인의 기부행위를 상시 제한하고 있다. 물론 공직선거법에서 정치인에게 일체의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예외 규정을 두어 순수한 의도의 기부행위는 구호적, 자선적 행위. 의례적 행위 등으로 보고 허용하고 있으며 합법적인 정치인의 기부행위는 적극적으로 권장되기도 한다.
정치인의 선심성 기부행위를 이렇게 규제하고 있는 이유는 금품에 의해 유권자의 판단이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고, 유권자가 후보자의 인물과 정책에만 집중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그 무엇보다도 공정하고 깨끗해야 할 선거가 과거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 등으로 얼룩졌던 일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이제는 처벌기준이 한층 강화되고 국민들의 민주시민 의식 또한 많이 향상됐지만 보다 은밀하고 지능적으로 기부행위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유권자는 더 소중한 한 표를 금품과 맞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 현명한 유권자다. 현명한 유권자는 양심에 따라 후보자의 인물됨을 먼저 볼 것이며 후보자가 평소 우리 지역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어떠한 정책으로 우리 지역을 어떻게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어 나갈 것인지에 더 관심이 많을 것이다.
다가오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은 법이 정한 테두리를 벗어난 기부행위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
선거에 있어 대가 없는 기부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현명한 유권자들을 과소평가해 그들에게 금품으로 접근하는 일이 사라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