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장(腸) 속에 살고 있는 세균으로 체중과 혈당을 감소시켜 비만이나 당뇨 등의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권미나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팀은 장내 세균인 '박테로이데스 에시디페시언스'가 복부 지방세포를 활성화해 지방 분해 효소의 분비를 촉진시켜 체중과 지방량이 감소한 사실을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장내 세균은 소화, 면역 등 인체 전반의 질병과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까지 작용 기전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이번 연구는 장내 세균 집단이 아닌 '박테로이데스 에시디페시언스'라는 특정 세균의 조절 작용을 규명함으로써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높였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연구팀은 장내 수지상 세포(CD11c+)에서 자가섭식 관련 유전자(Atg7)가 없어진 쥐(Atg7ΔΔCD11c)가 정상 대조군 쥐에 비해 체중과 지방량이 유의적으로 줄어들고, 혈중 인슐린 양이 증가하면서 혈당 수치가 낮아진 사실을 확인했다.연구팀은 유전자 결손 쥐의 장내 물질을 분석하기 위해 음식물이 소화 흡수되지 않고 남은 분변을 파이로시퀀싱(Pyrosequencing) 기법을 통해 유전체 배열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박테로이데스 에시디페시언스(Bacteroides acidifaciens)라는 장내 세균이 정상 대조군 쥐에 비해 현저히 증가한 점을 발견했다.박테로이데스 에시디페시언스를 경구 투여한 쥐는 같은 양의 사료를 섭취한 쥐보다 체중과 지방량이 현저히 감소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한 혈중 인슐린 양이 증가하면서 혈당 강하 작용에 세포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슐린 감수성이 향상된 점도 발견됐다.이와 함께 박테로이데스 에시디페시언스가 콜레이트·타우린과 같은 담즙산의 양을 증가시켜 호르몬 조절 상피세포의 신호 전달 체계인 'TGR5' 수용체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혈당을 감소시키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를 증가시킨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권미나 교수는 "특정 장내 세균이 체중과 혈당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새롭게 밝혀져 비만과 당뇨 등의 대사성 질환 치료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며 "유산균 같은 인체 유익균을 살아있는 채로 섭취하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과 같이 박테로이데스 에시디페시언스를 대량 배양해 체질 개선제나 치료제로 활용한다면 대사성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점막 면역학(Mucosal Immun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