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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북한개발의 주도권 싸움이 시작되었다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07.15 20:14 수정 2019.07.15 20:14

조 정 훈 소장
아주대 통일연구소

정신없는 시간이다. 역시 한반도다. 뉴스가 드라마보다 박진감 넘친다. 대한민국 북한 그리고 미국의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함께 만나고 지난 74년 동안 미국 대통령이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던 북한을 사뿐히 밟고 돌아왔다.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꼬여만 가는 듯한 남북관계가 다시 동력을 얻는 듯 보인다.
그중에 주목할 만한 뉴스가 있다. 다름 아니라 미·북 판문점 회동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평양 주재 미국 연락사무소(liaison office) 개설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 뉴스가 사실이라면 그리고 현실이 되어 평양에 미국 연락사무소가 생긴다면 과연 우리는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최근 북한 매체에서 쏟아낸 매우 무례한 발언들을 상기해 보자. 대한민국의 촉진자 역할에 대한 감사와 존중 대신, 대한민국보다 더 큰 샅바를 잡는 미국과 직접 상대하고 또 싶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풀풀 넘쳐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평양 한복판에 미국 연락사무소가 생기면 개성에 있는 남북연락사무소는 개점휴업 상태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평양 주재 미국 연락사무소가 설치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고 바람직하지 않다. 이를 통해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고 북한이 국제사회로 편입되는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없는 숙제를 미국이 대신 해주는데 판을 깰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제부터 북한개발을 위한 주도권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왜 싸움이라고 하는가? 미국 중국 그리고 러시아 일본까지 다 함께 참여하는 북한개발이 가장 바람직하고 좋지 않은가? 그렇다. 당연히 이들 주변국들뿐만 아니라 국제기구와 북한개발에 관심있는 세계 모든 나라와 기업들이 다 함께 참여하는 북한개발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게 북한개발은 특별한 의미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은 또 하나의 인도주의적 개발협력 대상국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북한개발이라고 쓰고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읽어야 한다. 따라서 평양 주재 미국 연락사무소가 뚜렷한 가능성으로 떠오르고 인도적 지원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되는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북한개발의 주도권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어떻게 북한개발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까?
우선 대한민국이 당연히 북한개발의 중심이 되지 않을까라는 희망적 사고를 버리자. 우리 외에 다른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가장 중요한 북한 당사자의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 중심의 개발 지원이 가장 민감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모두 노골적인 견제구를 날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북한에, 한반도 전체에 관한 자국의 이해관계를 극대화하려는 의도에 대한민국 중심의 북한 개발이 결코 반갑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바로 어젠다 세팅과 개발재원 극대화이다. 국제개발 현장에서 어젠다 세팅이란 다양한 국제사회가 특정 국가 및 지역의 개발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우선순위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합의를 불러오는 패러다임이다. 각 국의 개발전략 수립에 밑바탕을 이루는 명분이고 원칙이다. 결국 북한개발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패러다임과 원칙을 대한민국에서 먼저 제시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설득하고 동의하게 만드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북한개발전략은 많은 아쉬움이 있다. 한반도신경제지도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개발전략은 거칠게 말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유럽부흥계획(마셜플랜)의 한반도 판이다. 그 취지뿐만 아니라 도로 철도 항만과 같은 인프라투자 위주라는 점도 닮았다. 반면에 2019년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지지하는 개발담론은 유엔 지속가능목표로 대표되는 지속가능성, 과학기술혁명과 사회적 경제를 반영해 단번에 도약하는 혁신성, 그리고 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격차의 문제를 부수적이 아닌 개발 전략의 중심에 놓고 고민하는 포용성 등이다. 이처럼 한반도신경제지도와 국제개발 담론의 거리감을 인식하면 과연 국제사회의 북한개발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대북지원 통계가 지속가능발전목표 별로 분류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 문제의 심각성을 볼 수 있다.
다음은 개발재원의 극대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제공할 재원이 적은 공여국은 뒷전으로 밀리는 게 모든 개발협력 현장의 현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개발재원 문제는 만만치 않은 문제다. 현재 1조가 조금 넘는 남북개발협력기금의 규모는 북한개발에 필요한 전체 소요재원이나 주변국 및 국제기구가 제공할 수 있는 재원에 비해 초라하기 짝이 없다. 또 현재의 국가재정과 경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현재 규모를 수십 배 수백 배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꾸준히 국제개발은행 등의 개발자금에 의지하자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국제개발금융의 현장을 모르는 소리일 뿐이다.
하지만 답은 있다. 바로 민간자금이다. 2018년 기준 대한민국의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도는 돈의 규모가 1100조원을 넘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만약 이 돈의 10%만 북한개발을 위한 자금으로 조달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의 개발자금 면에서 충분히 주도권을 쥘 수 있다. 결국 이런 민간자금은 투자의 수익률과 그에 따른 위험부담 정도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다. 서독이 동독개발지원을 위해 국채보다 약간 높은 이자율과 국채급의 위험관리를 제공해서 상당한 규모의 민간자금을 마련한 경험을 한반도에 적용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개발이 과연 될까 하며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엄연히 존재하는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현명하고 지혜로운 국가라면 급변하는 상황이 주는 작지만 분명한 신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6·30 판문점 북미회담은 단지 요란한 쇼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북한개발의 시작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 북한개발은 각 나라가 평화롭게 손에 손을 잡고 협력하는 그림이 절대 아닐 것이다. 반대로 각 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돌아가는 거친 현장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쥐고 통일을 견인하는 북한개발을 이끌기 위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다. 더 이상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정신을 번쩍 차리라는 신호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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