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자기 몇 시간 전에 커피를 마시면 안됩니까? 6시간이라는 사람도 있고 점심 먹고 난 후에는 절대 마시면 안 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1분 전에 한 컵을 벌컥 마셔도 괜찮습니다. 그 대신 술을 마시면 금방 취합니다. 술 잘 마시면서 커피에 약한 사람을 보면 2, 3차를 술이 아닌 커피를 마시고 싶습니다. 사람은 이처럼 천차만별입니다. 평균에 맞춰 따라 했다가 낭패 보는 일이 많습니다.
통계에는 ‘머리는 냉장고에 두고 발은 뜨거운 물에 넣고 따뜻하다고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냉장고 온도 -10도와 끓는 물 온도 90도를 평균으로 보면 40도가 되니 따뜻하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한쪽에는 머리가 얼어붙고 다른 한쪽은 발이 화상을 입는데 따뜻하다고 하니 어처구니없는 일이죠.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우리는 일상에서 보고 있습니다. 평균의 개념은 의심하며 보아야 합니다.
평균은 많은 대상이 있을 때 이 집단의 특징을 하나의 수로 대표하여 보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우리 학급의 평균키가 175㎝라면 대략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학급의 평균키가 175㎝이고 체중이 70㎏이라고 해서 단체로 여기에 맞는 옷을 맞추면 안 됩니다. 절반 정도는 이 옷을 입을 수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크거나 작아서 못 입습니다. 일부는 너무 옷이 크거나 옷이 아예 몸에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고려해야 할 게 키뿐이겠습니까? 팔 다리 길이, 허리 둘레도 있습니다. 그래서, 단체로 옷을 주문할 때는 입는 사람이 자신의 사이즈를 적습니다.
약을 사면 깨알 같은 설명서가 여러 장 있습니다. 약의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내용들입니다. 약은 출시되기 전에 수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임상을 합니다. 대부분은 별 탈 없이 효능을 보는데 평균적인 사람들 이외의 일부에 다른 현상이 나타납니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에는 ‘100명 중 10명의 사람에게는 두통이 나타난다’와 같은 문구들이 여럿 있습니다. 평균적인 사람에게 나타나는 효과뿐 아니라 부작용에 관한 글도 읽어 보아야 합니다. 악마는 평균에 있습니다.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집니다. 특히, 내 몸은 평균에 맞춰 생각하면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의 특징에 나를 도매 값으로 넘기지 말고 나의 개별성과 구체성을 중시해야 합니다. 동무 이제마 선생이 ‘동의수세보원’에서 체질의학인 사상의학(四象醫學)을 주창한 바 있습니다. 태양, 태음, 소양, 소음으로 사람 체질을 크게 나눌 수 있는데 체질에 따라 처방을 달리해야 한다는 거죠. 사단론에서는 내부 장기의 크기에 따라 체질을 네 가지로 분류하는데, 폐가 크고 간이 작으면 태양인이라고 보았습니다. 이것도 큰 분류일 따름이며 사람마다 다양한 특성을 가집니다. 달걀 하나 먹어도 얼굴이 좋아지고 살이 찌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뇨가 있는 선배님 한 분이 있습니다. 당뇨약을 복용하다가 이를 끊고 음식조절, 운동으로 대처해보기로 했습니다. 의사 친구들은 당뇨가 악화되면 되돌리기 힘드니 반대했습니다. 그럼에도, 음식을 조절하고 맨발로 걷는 등 여러 방법으로 테스트를 해보고 있습니다. 혈당도 내려가고 피 검사에서 여러 수치가 좋아졌다고 합니다. 이게 일시적일지 지속적일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내 몸이 어떤지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다는 자세는 본받을 만합니다.
어떤 분은 음식을 먹고 나서 혈당을 체크해서 그 음식이 내 몸의 혈당을 얼마나 올리는지를 파악합니다. 비빔밥의 초고추장이 혈당을 얼마나 올리는지 밝혀 내고 이를 고추 가루로 대신하기도 합니다. 취침 몇 시간 전에 커피를 마시면 수면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 체크하는 등 음식에 대한 몸의 반응 통계를 만들어 갑니다. 적어 두면 내 몸에 대한 좋은 정보가 됩니다.
정확한 테스트를 위해서는 동일한 조건하에서 충격에 대한 몸의 반응을 살펴야 합니다. 경제학에서는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이라는 뜻의 라틴어 세테리스 파리부스(ceteris paribus)라는 말을 씁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식사를 하면서 하루는 비빔밥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하루는 초고추장을 넣어 혈당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이를 초고추장이 나의 혈당에 주는 순 효과라고 합니다. 초고추장 대신 고추 가루를 넣은 비빔밥을 먹어 혈당이 큰 변화가 없다면 초고추장의 조청 성분이 혈당을 올린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몸의 반응을 보면 됩니다.
다만, 음식이나 약에 대한 몸의 반응을 알아야 한다는 게 병원을 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의사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몸이 불편하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는 게 좋습니다. 열심히 자연식 먹고 건강관리하는 사람보다 의사를 자주 만나는 사람이 더 오래 삽니다. 다만, 자신의 몸은 자신이 제일 잘 아니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의사 분이 ‘환자도 자신의 병을 공부해야 한다. 공부를 하고 새로운 치료법이나 약 등을 발견하면 언제든지 이를 의사에게 말해도 된다’라고 말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사람의 몸은 철저하게 개별적입니다. 음식, 운동, 약 등에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자신의 몸에 대해 호기심을 가져야 합니다. 자기가 관심 갖지 않으면 그 속을 알 사람이 없습니다. 몸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평균이 아닌 나만의 몸의 통계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있어야 건강이 따라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