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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문재인과 이재용의 ‘반도체 콜라보’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05.21 20:37 수정 2019.05.21 20:37

김 수 종
뉴스1 고문

4월이 끝나던 날,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상기된 표정으로 그들의 비전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그들이 나눈 공통의 비전은 시스템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자는 다짐이다.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비전선포식’에서 “우리의 목표는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1위를 유지하고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1위, 팹리스 분야 시장점유율 10%로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서 파운드리는 생산을, 팹리스는 설계를 의미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문 대통령의 말을 받아 “꼭 1등을 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들은 시스템반도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투자 방안을 제시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미 선포식에 앞서 삼성전자가 10년 동안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133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선언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선포식에서 “반도체분야 국가 R&D를 확대하고 당장 내년부터 1조원 규모의 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하여 전문인력을 키우겠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 뉴스를 들으며 문득 25년 전 실리콘밸리에서 당시 반도체의 전설적 인물이었던 인텔의 CEO 앤디 그로브와 인터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삼성전자는 매우 경쟁력 있는 회사다. 기술도 그렇지만 자금력이 막강하다. 돈이 모자라면 삼성 재벌이 도와 줄 것이고, 그래도 위태로우면 한국 정부가 나설 것이 아니냐. 그러나 우리 인텔은 사방을 둘러봐도 우리가 실패하기를 기다리는 경쟁자들뿐이다”
인텔은 펜티엄칩을 개발하여 PC세계를 석권했고, 삼성전자는 일본기업들이 부진한 틈을 타고 메모리분야에서 크게 도약할 때였다.
그러나 당시는 인터넷도 이메일도 스마트폰도 없던 정보통신(IT)시대의 초창기였다.
삼성의 메모리 칩과 인텔의 펜티엄칩의 차이점을 쉽게 설명해 달라는 나의 요청에 그로브 CEO의 부하가 말했다.
“인텔이 만드는 반도체는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고, 삼성이 만드는 반도체는 두뇌 활동을 보조해주는 공책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요즘 식으로 해석하면 인텔은 정보를 판단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가진 시스템반도체 설계 제조 기업이고, 삼성은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 설계 제조 기업이라는 얘기였다.      
그로부터 한 세대가 지난 지금 산업의 틀 자체가 바뀌었다. 제4차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했고, AI와 자율주행차가 인류문명을 획기적으로 바꿀 찰나에 있다.
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든 시스템반도체든 그 역할이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의 핵심은 인텔, 퀄컴, AMD 등이 견고한 성을 쌓고 방어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다.
반도체 산업국가로서 한국을 둘러싼 환경이 달라졌다.
‘중국제조2025’를 내세운 중국이 야심차게 반도체산업에 진입해 들어오고 있다. 중국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시스템반도체의 강자가 되어 미국과 맞서는 것이다. 그 중간 단계로 메모리반도체 공략은 필수 코스다. 국제적 기술평론가들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중국에 7~8년 정도 앞서 있다고 평가하지만 이미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느끼는 위협은 클 것이다.
중국은 반도체산업에 집중할 돈과 권력을 갖고 있다.
특히 공산당 정부는 중국반도체를 육성하기 위해 품질이 첨단수준에 못 미치더라도 자국산 반도체를 쓰도록 국내 시장에 강제할 힘을 갖고 있다. 거대한 중국의 반도체 시장이 기술 개발을 선도하게끔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산업계에 포진한 있는 거대한 화교의 기술인력과 산업스파이 활동을 감안할 때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예상보다 빨리 발전할지 모른다.
한국 경제가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 수출이 작년보다 팍 줄어들었고, 성장률이 뚝 떨어졌다. 삼성전자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지난 2년간 삼성전자 매출액의 경이적 증가에 익숙했던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크다.  
삼성전자를 세계적 기업으로 올려놓았던 스마트폰이 중국과의 경쟁에 밀리고,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특히 한국 수출액의 약 17%를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출부진이 주는 충격이 크다. 삼성전자가 한국의 경제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이 주는 심리적 파장이다.
한 세대 전 세계 가전시장에서 소니에 밀리던 삼성전자가 지금은 가전은 물론 스마트폰과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정상에 올라왔다. 그렇지만 지금 이 모든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대통령과 삼성전자 총수가 외치는 ‘반도체 콜라보’의 추이에 국민적 관심은 높다. 아마 중국, 일본, 미국의 산업계도 관심을 갖고 긴장의 끈을 쥐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25년 전 그로브가 말했듯이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경쟁자들의 두려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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