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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전환점에 선 ‘국제전기차엑스포’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05.09 20:57 수정 2019.05.09 20:57

김 수 종
뉴스1 고문

제6회 ‘국제전기차엑스포’가 지난 8일부터 나흘간 서귀포 주상절리 해변에 위치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개막식은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가 오사마 하사나인(Ossama Hassanein) 박사의 기조연설로 시작된다. 그는 벤처투자회사 라이징타이드펀드(Rising Tide Fund)회장으로 35년에 걸쳐 약 80개 벤처기업에 성공적으로 투자한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업계의 전설적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사나인 회장은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점화시킨 전기자동차와 태양에너지 중심의 신기술의 미래와 그 경제적 파급에 대해 견해를 밝힐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친환경차 산업기술에 대한 그의 견해가 궁금하다. 의례적 논평에 그칠 것인지, 내용을 담아 전할 것인지 관심거리다. 
하사나인 회장의 제주 출현은 지금까지 정부 고위 공직자나 자동차회사 임원이 기조연설을 하던 국제전기차엑스포의 스타일에서 벗어난 기획이다. 엑스포가 탈바꿈을 시도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엑스포를 단순히 전기차를 구경하는 곳이 아니라, 최신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새로운 투자환경을 파악하는 곳으로 만들어 보자는 주최측의 힘겨운 노력이 반영되어 있다.
정부의 정책적 관심이 친환경차에 쏠리면서 지자체마다 전기차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요즘 전기차 얘기는 관련 공무원과 운송업계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화제다. 서울과 지방 곳곳에서 친환경차 관련 전시회 및 콘퍼런스를 열겠다고 야단이다.
제주도는 전국에서 전기차 운행이 가장 앞선 곳이다. 전국에 보급된 약 5만대의 전기차 중 30%가 제주도 도로 위를 달린다. 어느 지자체도 전기차 보급에 그리 관심이 높지 않았을 때 제주도는 환경부의 전기차 지원정책을 타고 보조금 물량 50%를 확보해 보급했다. 제주도는 일찍이 ‘탄소없는 섬2030’(Carbon-free Island 2030) 프로젝트를 정책으로 채택했고 3명의 도지사가 바뀌었지만 그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 도내 운행 차량 40만여 대를 전부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이다.
2013년 제주스마트그리드협회와 제주대학 관련학과 교수들이 공동으로 ‘전기차엑스포’ 프로그램 사업제안서를 산업자원부의 공모전에 내놓아 낙점을 받았다. 부랴부랴 조직위원회(위원장 김대환)를 구성하고 첫 대회를 준비했다. 순수한 전기차만 전시하는 국제엑스포를 표방했으니,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였다.
2014년 첫 엑스포는 의외로 성공적이었다. 제주도의 ‘탄소없는 섬 2030’ 정책과 시너지효과를 내며 작년 5회까지 열렸다. 제주도가 한국에서 전기차가 가장 많이 보급되는 곳이 됐으니 현대차, 르노삼성, BMW, 닛산, GM 등 국내외 자동차제작 회사들이 참여했다. 전기차만 출품하는 국제엑스포를 지향하면서 점차 부수적인 효과도 생겼다. 외국의 전기차 관련단체가 관심을 가졌고, 스위스에 본부를 둔 전기표준회의(IEC)가 사무총장을 대표로 파견할 정도였다. 특히 내연기관 자동차에 관심을 보일 수 없었던 전력 회사와 전기 공학자, 기술자, 전기사업자들이 엑스포에 참여할 흥미를 갖게 되었다.
올해 엑스포에도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을 비롯하여 승용차, 버스, 초소형차 등 각종 전기차가 나오고, 자율주행차 시범운행과 무선충전 인프라 시연 등이 선보일 예정이다. 콘퍼런스도 외연을 넓혀 기후변화와 에너지 포럼으로까지 확대된다.
특히 시대변화까지 담아 남북교류를 상정한 ‘한반도 전기차발전포럼’도 열린다.  제주도에 본부를 둔 세계전기차네트워크협회(GEAN) 총회가 열리고, ‘아세안10개국전기차포럼’과 ‘한·중·일 전기차포럼’도 있다. 특히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전기전자학회(ITEAC) 2019 아시아태평양총회도 엑스포의 일환으로 열린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국제전기차엑스포는 전환점 위에 서 있다. 5회까지 민간이 주축이 된 (사)국제전기차엑스포포럼이 엑스포를 주관했지만, 제주도와 중앙정부의 재정지원과 행정적 지원에 크게 의존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 제주도가 지원을 대폭 줄였고, 중앙정부의 관심도 분산되기 시작했다. 참여 기업들의 부스(전시대) 사용료를 주 수입원으로 해서 행사를 치러야 한다.
올해 엑스포는 경영압박과 창의적 엑스포의 필요성을 반영하여 3인 공동운영위원장 체제로 치른다. 기존의 김대환 조직위원장 외에 문국현 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 대표와 야코브 샤마시 스토니부룩 뉴욕대 부총장이 공동위원장에 참여함으로써 엑스포는 이름에 걸맞게 국제적 외연을 넓히게 됐다. 또 김동진 전 현대자동차부회장, 박종우 전 삼성SDI대표, 김진철 한국외국기업협회 명예회장 등 전직 CEO들이 전기차 엑스포에 흥미를 갖고 다양하게 참여하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개방성은 엑스포의 발전에 불가결한 요소다. 
그러나 큰 과제가 남았다. ‘제주도+전기차’만으로는 엑스포 고객 확장에 한계가 있다. 정체성을 다듬고 비전과 전략을 뚜렷히 세우지 않으면, ‘국제전기차엑스포’는 그렇고 그런 지역행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대두된다. 김대환 공동위원장은 ‘전기차의 다보스포럼’을 말한다. 문국현 공동위원장은 제주도가 갖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아무도 관심 없었을 때 국제전기차엑스포를 열었다는 장점 위에다 전기차를 뛰어넘는(Beyond EV) 획기적인 ‘무엇’을 얹어 놓는다면 새로운 다보스 모델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조직위원회는 다보스포럼에서 일한 경험을 가진 김정환 녹색기후기금 자문관을 기획위원으로 참여시키고 발전 방향 탐색에 나섰다.
‘제주도+전기차+α’가 필요하다. 참여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 국제전기차엑스포에서 얻을 수 있게 하는 ‘α’는 과연 무엇일까. 이걸 찾거나 만드는 게 국제전기차엑스포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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