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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산불을 보며 홍수를 생각하다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04.25 20:55 수정 2019.04.25 20:55

김 수 종
뉴스1 고문

식목일이 해마다 사람들의 마음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것 같다. 아마 나무가 많아져서 그런 모양이다.
올해 4월 5일 식목일도 잊힌 채 지나갔다.
4월 4일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강원도 산불이 식목일을 덮어버렸다. 이번 산불로 530헥트아르(160만평)의 강원도 산림과 많은 주택과 건물이 잿더미로 변했다.
‘식목일’은 이런 피해를 돋보이게 보도할 수 있는 뉴스 평론가들의 소재로 안성맞춤이었다.       
산불은 연례행사처럼 일어났다. 21세기 들어 규모가 커지는 것 같다.
2005년 4월 4일에도 낙산사가 소실되는 대형 산불이 일어났다. 그때도 전국에서 소방차와 헬기가 다 모여드는 등 올해 산불진화 작업 못지 않았다.
그때는 산림이 얼마나 없어졌는지 걱정하기보다는 천년고찰이 없어졌다는 충격이 컸다. 그리고 아쉬웠다. 왜 그걸 못 막았을까 하고.   
올해 산불은 규모도 컸지만 예년의 산불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뭔가 나쁜 일이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다. 이것뿐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 이런 불안감이 생기는 걸까. 근래 전 세계 적으로 증가하는 산불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강원도 산불을 보며 작년 여름 스웨덴, 그리스, 캘리포니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산불이 떠올랐다.
스웨덴 산불은 산불이 흔하지 않는 고위도 지역에서 발생했다. 기후변화의 영향 때문이라는 원인분석이 쏟아졌다.
작년은 큰 산불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지만 허리케인과 태풍도 미국과 동남아를 휩쓸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허리케인을 피해 수십만 명이 고속도로를 따라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 한국에도 몇 차례 태풍이 훑고 지나갔다. 태풍과 허리케인은 과거부터 있어 왔지만 강도와 빈도가 심해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구 기온이 올라가는 기후변화, 그것도 사람의 활동이 지구를 덥게 만든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어졌다.
작년 우리 국민은 지구 온난화를 실감나게 체험했다.
40도에 육박하는 여름 더위가 무서웠다. 피서객들이 냉방시설이 가동되는 지하철로 모여들었다. 그걸 보며 장차 ‘폭서 난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남아있는 봄에 어떤 자연현상이 벌어질지 모른다. 가뭄, 장마, 혹서, 태풍은 언제나 맞는 자연재해다.
여기에 미세먼지까지 얹어졌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시대에 이런 자연재해의 패턴과 크기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이번 강원도 산불 진화가 잘 되었다는 방송논평이 쏟아졌다.
정부를 잡은 사람들은 내년 선거를 생각하며 그런 평가에 좋아할 것이다. 권력을 잡지 못한 쪽은 산불대처에 미흡했던 점을 조금이라도 찾아 비판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단기적 관심이 아니다. 앞으로 진행될 기후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준비가 긴요하다.
정부 당국에 물어보고 싶다. 올해 산불의 정확한 원인은 무엇인가.
21세기 들어 심해지는 산불의 원인과 패턴을 잘 추적했는가.
강원도 기상패턴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전봇대에서 발화했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올해 산불로 인적·물적 피해는 얼마인가.
진화에 얼마나 많은 세금을 어떻게 썼나.
산불 대응에 강원도와 중앙정부의 협력은 어느 정도 잘 되었으며, 개선책은 무엇인가.
산불의 발화, 발견, 신고, 진화 과정에서 민간의 역할을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개선시켜 나갈 것인가.
이런 사안들에 대한 정보가 따로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긴밀히 공유되는 것이 기후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 같다.
봄의 산불을 보며 여름의 홍수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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