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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추동력 절실한 로봇산업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03.25 20:45 수정 2019.03.25 20:45

김 화 진 교수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자동차 공장에서는 인간의 팔을 닮은 산업용 로봇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조립작업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6축 다관절로봇이 1969년에 처음 나왔을 때 ‘스탠퍼드 팔(Stanford Arm)’이라고 불렸다. MIT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 기계공학과 대학원생으로 있던 샤인만(Victor Scheinman)이 학교 랩에서 개발한 것이다.
그 후 1970년대 부터 산업용 로봇은 미국의 GM, GE, 유럽의 ABB 등 대기업들과 여러 창업기업들의 참여로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17년 말 현재 지구상에 약 200만 대가 넘는 로봇이 있는데, 2021년에는 380만대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가장 로봇을 많이 사용하는 산업은 자동차산업으로 33%의 비중이다.
로봇을 활용한 생산작업은 1913년에 포드자동차가 도입한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그 기원이 거슬러 올라간다. 약 100년이 흐른 지금 포드자동차의 조립라인에서는 약 2만대의 로봇이 움직이고 있다.
로봇작업은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다루는 데 요긴하다.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효용을 발휘한다. 유사시 기계고장이 인간의 부상을 대신한다. 로봇은 피로를 느끼지 않기 때문에 24시간 일할 수 있고 과로로 인한 실수가 없다. 일단 설치되면 전기료 정도의 비용만 소모한다. 로봇은 일정 부분 일자리를 없애지만 관리직을 생성하고 꼭 사람의 손이 가야 하는 일자리는 창출한다. 로봇은 작업장 환경을 청결하고 안전하게 하기 때문에 위생적이고 노동생산성을 높이는데도 기여한다.
의료로봇은 의사가 원격지에서 환자를 진찰하게 해주고 수술실에서 든든한 조수다. 절개도 최소화한다. 재활치료에 많이 활용되고 의료시설 안에서 약품이나 식품을 운반하는 데도 요긴하다. 감염된 시설이나 장비를 신속히 소독하는 것도 로봇의 몫이다. 약의 조제도 빠르고 오차 없이 수행한다. 의료용 로봇시장은 2023년에 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2년 아마존은 약 8억 달러에 키바(Kiva Systems)를 매입해서 아마존로보틱스로 이름을 바꿨다. 자동화된 보관과 배송 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다. 당시 아마존으로서는 두 번째로 큰 M&A였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디지털 공장은 로봇이 구축하고 운용할 것임을 아마존은 잘 알고 있다. 보스턴 컨설팅그룹 보고서는 아마존의 키바 인수가 비용절감과 배송 속도의 상승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한다,
축구장 22개 넓이의 아마존 물류창고에서는 수천개의 로봇들이 마치 군대의 병사들처럼 움직인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데 장관이다. 물건을 찾고 포장하고 운반하는 로봇들의 움직임이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항공관제시스템을 사용한다. 로봇이 아니었다면 아마존 물류창고는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꽉 차 있었을 것이고, 오늘날과 같이 효율적인 아마존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존은 현재 약 10만 대의 로봇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로봇 수요처는 중국이며, 글로벌 수요의 36%를 차지한다. 중국업체는 아직 시장의 25%를 커버할 뿐이기 때문에 한국업체들에게 큰 기회가 열려있다. 일본과의 경쟁이 가장 큰 변수다. 해외에 진출할 기반인 내수도 좋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은 세계에서 가장 로봇밀도가 높다고 나온다. 글로벌 평균의 무려 8배다.
국내에서도 AI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체계적으로 집적해서 구체적인 동력으로 변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국내 로봇기업도 활기를 얻어 글로벌 선두그룹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내업체들이 8~9부 능선에서 고지를 바라보고 있는데 마지막 동력이 부족한 느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국가 제조업의 중요성이 재조명받게 되었다. 선진 각국들은 저임금을 찾아 해외로 진출했던 자국기업들의 리쇼어링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산업용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다. 로봇산업의 경쟁력이 국가 제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국내 산업용 로봇산업 성장에는 크게 2가지 걸림돌이 있다.
첫째, 다관절 로봇 핵심부품인 감속기와 서보모터는 주재료비의 40~50%를 차지하는데 국산화가 안 되어 있고 전량 일본에서 수입한다. 글로벌시장에서 원가 경쟁력에 한계가 생긴다. 이 문제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정책적인 자금지원과 기술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지금 정부는 로봇과 인공지능, IoT, 5G를 기반으로 스마트팩토리, 4차 산업 육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일자리 대체 효과를 발생시킨다. 인건비 절감을 추구하는 기업들도 로봇작업을 확대하고 싶지만, 바로 강성 노조의 반대에 부딪힌다.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과도 단기적으로는 충돌한다.
이 때문에 기존의 자동차 생산라인과 LCD운반 분야 외 다른 업종에서 로봇작업 확대는 쉽지 않다. 이는 사회적 분위기의 전환으로만 해결될 일이라 한 차원 높은 정책적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우리 경제의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내용이 복잡해진다. 시스템이 필요하고 고도의 지식에 기반해야 한다. 사회?경제 전반에 필요한 동력이 발생해야 하는 이유다. 학계와 언론의 로봇산업 정보 공급, 그리고 여론을 집중시켜주는 동반자 역할과 정부의 배려도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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