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전 9시29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처음으로 만나 손을 잡고 함께 군사분계선 북쪽 땅을 밟았다가 남쪽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보는 순간 가슴이 벅찼다.
새로운 역사의 장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하였으나 다른 한편으론 현실적인 통일에 수많은 난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특히 통일 당위성의 문제와 통일비용에 대한 공정성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1. 남북정상회담의 경과와 그 내용
1.1 판문점선언(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요약)
1. 남과 북은 남북관계의 전면적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 래를 앞당겨 나갈 것
① 민족자주의 원칙 확인 기존 남북 간 선언⋅합의 철저 이행으로 관계 개선과 발전
② 고위급회담 등 분야별 대화를 빠른 시일 안에 개최, 실천대책 수립
③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지역 설치
④ 각계각층의 다방면적 교류 협력 및 왕래⋅접촉 활성화. 각계각층이 참가하는 민족공동행사 추진,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 공동 출전
⑤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진행, 남북적십자회담 개최
⑥ 10.4 선언 합의사업 적극 추진,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2.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전쟁위험 해소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것
① 상대방에 대한 모든 적대행위 전면 중지,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② 서해 평화수역 조성으로 우발적 충돌 방지 대책 마련, 안전한 어로 활동 보장
③ 국방부장관회담 등 군사당국자회담 수시 개최, 5월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
3. 남과 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갈 것
① 무력 불사용과 불가침 합의 재확인 및 엄격 준수
② 상호 군사적 신뢰의 실질적 구축에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 실현
③ 올해 종전선언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자 또는 4자 회담 개최
④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의 목표 확인
ㆍ정상회담 정례화 및 직통전화 실시, 올해 가을 평양에서 정상회담 개최
1.2 판문점 선언의 평가
4월 27일 3차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열망과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개최되었고, 판문점 선언이라는 역사적인 문서를 만들어 냈다. 정상 차원의 합의문에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처음 명시적으로 남긴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하나 한반도 비핵화 관련 내용이 애매모호다거나 비핵화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없다는 것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다. 비판적 입장에서는 “‘북한핵의 포기’라는 언급 없이 ‘핵 없는 한반도’라는 모호한 문구로 미국의 핵우산 정책을 무너뜨릴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김정일 선언(6?15 남북공동선언:자주적 통일, 낮은 단계 연방제, 경제협력)과 2007년 10월 4일 노무현, 김정일 선언(10?4 남북정상선언: 6?15선언 적극 구현, 상호 존중과 신뢰의 남북 관계로 전환, 군사적 적대 관계 종식,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 추진, 남북 경제협력 사업의 적극 활성화,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와 협력, 이산가족 상봉 확대)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북한과 철도⋅도로 연결 및 이의 현대화를 통해 경제적 기반을 완성했다는 입장과 ‘북한 퍼주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평가 절하하는 입장이 있다.
1.3. 평양공동선언(요약)(9⋅19 선언)
1. 비핵화 분야
비핵화분야는 동창리의 엔진 시험장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 기관 참관아래 영구적으로 폐기하며,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의 핵 시설역시도 영구적 폐기를 약속하였다.
2. 군사 분야
군사 분야는 판문점 선언 이행 합의서에 대한 부속 합의서를 채택하여 군사 공동 위원회를 가동한다. 남북 간에 한국전쟁 유해 공동 발굴을 합의 하였다. 또한, 남북 공동 경비 구역(JSA) 내의 완전한 비무장화로, 기존에 탄창을 갈아 끼우다가 사격하는 등의 우발적인 무력 충돌 가능성을 제거하며, 향후 북측지역에 민간인도 출입 가능하도록 하는 등이 평양 공동 선언문에 합의되었다.
3. 경제 분야
경제 분야는 비핵화 관련된 조건과 여건이 마련되는 것에 따라, 올해 안 서해 및 동해선 철도와 도로 착공식을 하며, 서해 경제특구 와 동해 관광특구를 개설 한다. 그리고, 개성 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정상화 한다.
4. 이산가족 분야
이산가족 분야는 이산가족 상시 면회소 설치, 향후 화상 상봉을 추진한다.
5. 문화 체육 분야
문화 체육 분야는 2032년 하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10월중 평양 예술단 서울 공연 등이 합의되었다.
두 정상은 평양공동선언의 부속문서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도 함께 채택했다. 사실상 남북의 ‘종전선언’이라 할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해 항구적 평화의 새 역사를 썼다는 점에서 평양공동선언의 의의는 배가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핵(비핵화)은 아무런 진전이 없는데 곳곳에 비행금지구역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 등은 상당히 위험하다”며 “북한 체제를 잘 모르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 말 한마디에 우리의 무력과 국방을 해체하는 수준으로 가도 되는가 걱정이 된다”는 비판적 견해도 있다.
2. 통일에 대한 시각차(視覺差)
세계에서 다시 합친 분단국가의 예로는 대체로 베트남과 독일을 들고 있다. 양국은 사상적으로 대립하였던 분단국가였으나 베트남은 강제적으로, 독일은 평화적으로 통일되었다. 우리의 여론은 언젠가는 통일을 이루어야 할 과제로 보는 견해가 대다수로 이기는 하나(이대규, 화창한 봄날 블로그 참조), 통일의 당위성 못지않게 현실성 여부가 문제된다.
2.1 남북 통일 찬성의견
남북한의 통일을 찬성하는 의견의 주된 내용은 ①남북한의 긴장완화로 평화로운 삶을 살기 위해 ②규모의 경제이론에 의한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 ③대륙을 잇는 물류통로 확보 ④풍부한 지하자원의 활용 ⑤경제적 이익 ⑥이산가족 만남 등을 근거로 하고 있다.
2.2 남북 통일 반대의견
①천문학적 경제적 격차로 일방적 희생 강요 ②세금 부담과 물가로 인한 시달림 ③생활의 어려움으로 남한 사람의 삶의 질 저하 ③치안부재 등으로 범죄 증가 ④외국 자본 이탈로 나라 도산 ⑤국내 인재의 외국 유출 ⑥내전 가능성 ⑦중국과 일본의 재무장 빌미 ⑧강대국 개입의 필연성 등을 근거로 하고 있다.
3. 규모의 경제에 의한 시너지 효과의 평가의 공정성
우선, 남북한의 인구가 합하여 7천5백만으로 늘어나면 규모의 경제에 의한 시너지 효과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가에 대한 주장이 공정한가에 대한 의문이다. 단순한 인구의 비교에 의하면 인구가 7천5백만이 되면 자체적으로 내수시장만으로 이윤창출이 가능하므로 통일효과로 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일반적인 비교로 인도네시아, 인도,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등과 같이 인구가 많으면서도 선진국이라 볼 수 없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싱가포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등은 인구 500만 정도로 선진국인 국가도 있다.
4. 통일과 안보상 이익평가의 공정성
통일이 되면 안보위협이 줄어들어 국방비 지출이 함께 줄어들 것이므로 이를 복지 등 다른 용도로 전용하면 국가 경제나 삶의 질의 향상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면밀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의 존재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의 완충적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북한이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경우, 과연 국방비 등의 부담이 줄어들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만약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완충지역인 북한이 없어지게 된다면 오히려 우리가 부담해야 할 국방비는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에 수긍이 된다. 북한이라는 방파제가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라는 강대국을 직접 마주하여 지출하는 비용을 엄청나게 줄여 줄 수 있을 것이다.
5. 문재인정부의 통일 전략 면밀히 검토해야
특정한 보수주장자처럼 북한을 군사상의 적(敵)이요 헌법상의 반(反)국가단체이고, 역사상의 민족반역집단이며, 국제법적으로는 반(反)인류범죄집단으로 규정하여 김정은 정권을 도와주고 덮어주고 밀어주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헌법을 제외하면 엄연히 국제적으로 북한도 독립된 국가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은 통일에 대한 기본 입장과 그에 따른 경제적 평가의공정성이다. 위에서 간단히 언급한 바와 같이 ‘통일이 대박’이라는 피상적인 결론으로 접근하기 보다 더욱 면밀하게 통일에 대한 정당성을 검토하여 국민 개개인이 납득할 수 있게 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 한반도의 남북 관계는 최상의 관계이나 주변국들의 관계는 만만치 않다. 우리가 독일통일을 상당히 동경하여 추구하고 있으나 상황이 독일이 통일될 당시와는 많이 다르다. 독일통일 과정에서는 전승국들이 협조적이었던 데 반해, 한반도에서는 주변 4강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각축을 벌이는 비협조적 환경이 형성되어 있다.
비핵화로 세계로부터 신뢰를 구축하고, 평화적인 상태가 상당히 유지된 후 여러 논의를 거쳐 여러 형태 중에서 우리에게 알맞은 제도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