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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문재인의 ‘수소경제’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9.01.08 18:58 수정 2019.01.08 18:58

김 수 종
뉴스1 고문

문재인 대통령은 좋은 의미에서 ‘수소 대통령’이란 별명을 얻을 수 있을까.
근래 수소차와 관련한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다.
“초기에 수소 전기차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려면 국내 수요를 늘려서 생산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구랍 18일 산업자원통상부의 업무보고를 받은 후, 대통령이 마무리 발언에서 강조한 말이다.
대통령이 수소차 국내수요를 늘리겠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부가 초기에 가격이 비싼 수소차를 계속 생산할 수 있도록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상당한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 마음을 내비친 것이다. 대량 생산을 할 수 있게 마중물을 붓겠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수소차와 관련한 최근 정부와 국회의 예산안 처리과정,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2030비전’ 발표가 청와대발(發) 수소경제의 신호음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5일 국회는 2018년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환경부가 내년 수소차 보급에 쓸 수 있는 돈을 올해보다 무려 664.3% 증액된 1420억 원으로 확정했다. 
이보다 구랍 11일 산업자원통상부와 현대차는 충주의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 공장 기공식에서 함께 장단을 맞췄다. 성윤모 장관은 “내년 4000대의 수소차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차의 정의선 부회장은 2030년까지 7조6000억 원을 투자하여, 수소차 연간 50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일자리 5만1000개를 만들겠다는 ‘수소연료전기차 비전2030’을 발표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이 떠오르는 수소경제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수소 사회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현대 경영자의 말을 연결해보면 일관성이 있다. 현대차는 수소차 기술력에 자신을 가진 듯 수소경제 생태계를 조성해 보겠다는 비전을 보여줬고, 대통령은 정책과 예산을 통해 수소차의 세계시장 선점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바로 수소 경제가 문재인 정부 산업정책의 새 코드임을 알려준다.
아무튼 문재인 대통령은 ‘수소차’ 정책의 핸들을 잡았다. 문 대통령이 수소차에 마음을 꽂은 계기는 올해 초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2세대 모델 ‘넥쏘(Nexo)’의 등장과 궤적을 같이했다. 문 대통령은 2월 공기정화기능을 갖춘 넥쏘를 타고 경부고속도를 달려서 적잖은 관심을 끌었다.
그는 작년 10월 프랑스 방문에서 수소차 홍보 외교에 나섰다. 파리 시내에서 넥쏘를 타고 이동하며 수소충전소에서 실제로 충전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문대통령은 국내외에서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수소차와 수소경제를 언급했다.
현재 수소차 제조 분야에서 선두국가는 한국과 일본이다. 한국의 현대차는 1998년 수소차 개발을 시작했고, 2013년 1세대 수소차 ‘투싼ix’를 생산했지만 보급은 미미했다. 테슬라 전기차의 돌풍이 준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이제 현대차의 넥쏘는 1회 충전 주행거리 609㎞로 수요만 창출되면 양산에 들어갈 태세를 갖췄다.   
일본에서는 도요타가 ‘미라이’를, 혼다가 ‘클래리티’ 생산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일본 정부는 ‘일본을 첫 수소 사회로 만든다’는 정책 콘셉트를 갖고 있었고, 그 배경에 석유화학 공업의 발달에 따른 수소 확보가 용이한 이점을 안고 있었다. 도요타는 2010년대 초반 수소차 개발에 나섰고 2015년부터 ‘미라이’를 생산하여 보급에 들어갔다. 미라이의 누적 판매 대수는 약 5300대로 넥쏘에 크게 앞서 있다.
현대와 도요타는 수소차 분야에서 경쟁 관계다. 하지만 세계의 친환경차를 놓고 보면 전기차와 수소차가 경쟁하고 있고, 전기차가 현재 유리하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넥쏘와 미라이는 공생 관계, 즉 한 편이다. 전기차가 주류를 이룬 친환경차 시장에서 수소차 시장을 키우는 것이 현대와 도요타에게 공동의 이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적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수소차 기술의 선두주자다. 기술 수준이 상당한 정도가 돼야 정부정책이 이에 올라탈 수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수소차 간판’을 들고 나온 것은 시의적절한 것 같다. 특히 탈(脫)원자력 정책을 요란스럽게 펼치면서도 새로운 산업기술 개발 프로그램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문재인 정부이니 더욱 그렇다.
그러나 수소 경제의 앞을 막아선 도전의 벽은 높고 험한 것 같다. 그 도전은 수소 자동차 기술에 있다기보다, 수소의 생산 저장 이동에 있다. 수소차 충전소를 비롯하여 수소의 저장 이동은 비용이 높다. 화석연료나 전기차에 비해 비싸다. 더 큰 도전은 화석연료나 원자력에너지처럼 수소 연료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가 하는 궁극적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럼에도 수소차가 위치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석유화학 공업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수소 연료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부생 수소를 염두에 둔 수소차 개발과 보급은 현대차에게도 또 문재인 정부에게도 어느 시점까지 가치 있는 도전인 것 같다.
이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과제는 부생 수소의 수집, 저장, 유통 분야에서 효율적인 기업 생태계를 조성해주는 정책 조율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세먼지는 가장 민감한 국민 건강문제다. 그래서 수소차에 대한 국민적 응원은 이념과 지역과 빈부를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다.
수소경제는 정부가 내놓은 정책 중에 반대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프로그램일 듯싶다.
그러나 앞서 자리를 잡아가는 전기차 보급에 대한 소홀함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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