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는 예술이다. 시론(詩論)을 시(詩)보다 앞세우면, 예술이 아닌 학문으로 추락할 위험성이 높다. 시(詩)는 시론(詩論)보다 웃길(上位)이다. 시론이 있어 시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시가 있기 때문에 덤으로 시론이 있는 것이다.
시의 요제(본질)는 내면적 정서(서정)과 외형적 압축미에 있다.
잡다한 시론이 존재하지만, 내가 가장 존중하는 한국시론으로 마교수의 시의 대상을 ①빗딱하게 보기(필자풀이:입체적 관찰)와 ②할딱(홀딱)벗어보이기(필자 풀이:내면 노출)다.
여권사진은 얼굴의 정면 사진보다 얼굴의 옆모습이 보이는 사진을 요구하고 있다. 정면사진만 보면, 본인인지 아닌지 구별이 잘 안 된다. 시도 정면묘사보다 측면묘사가 더 확실한 감동을 준다. ‘할딱(홀딱)벗어 보이기’는 위선적으로 자기를 가장하지 말고 숨김없이 적나라한 내면세계를 드러내도록 해야 한다.
필자(김시종)의 시론은 ‘시는 발견이요, 깨달음’이다. 사물의 새 모습을 발견하지 못하고, 세상살이에 진실한 깨달음이 없다면 살아 움직이는 시를 지을 수 없다. 깨달음과 발견도 없이 깡다구로 100줄의 시를 짓느니보다 확실한 깨달음과 발견을 터득하고 지은 한 줄의 시가 살아 있는 새틋한 시가 아닐 수 없다.
시를 잘 짓자면, 시심(詩心)을 출렁이게 할 영혼의 양식(독서)을 잘 가려 먹어야 한다. 시를 짓는데 내게 가장 값진 메시지를 준 책은 성경과 노자도덕경이었다. 성경 66권중엔 구약성서의 시편·욥기·잠언·전도서·아가·룻기가 문학성이 짙고 신약성서엔 누가복음과 로마서·고린도전서·히브리서등이 있다. 중국의 고전중엔 노자도덕경이 엄지척이요, 장자 남화경, 사기열전, 삼국지연의 등이 있다. 불교성전(불경)은 불교신자들도 필독해야 할 경전이지만, 불경은 심오한 동양철학의 보물창고다. 성경·노자도덕경·불교성전이 시인 필독의 3대 고전(古典)임을 결코 잊지 말기 바란다.
이 땅의 삼국사기(김부식)·삼국유사(일연)·박연암의 풍자소설·춘향전·심청전·흥부전도 꼭 챙겨 읽어야 한다. 우리나라 현대시집과 현대시조집은 워낙 방대한 분량인데다 생존작가들이 너무 많아 각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시를 잘 짓고, 좋은 시작품(詩作品)을 남기는 것은 자기영달(성취)을 위해서라면 소극적이라고 보며, 적어도 국민행복증진이라는 큰 뜻을 살려야 할 것이다. 경제수준에 비해 국민행복지수가 턱없이 늦은 것은, 비능률적인 정치와 쾌작이 없는 문학과 예술 때문이 아닐까.
한국엔 시인과 가수가 겁나게 많다. 대한가수협회(회장 이자연씨)에 가입된 가수만도 5만 명을 헤아린다. 필자의 경험으론 쓸 만한 시(詩) 10편을 지은 시인은 한국가적 시인이라 불러도 좋겠고, 좋은 시(詩)50편을 지은 시인이라면, 세계적 시인이라 칭송할 만한 것이다.
좋은 시(詩)는 시인 개인이 지었다고 해도, 세계적 문화재라고 해도 정직한 말이 아닐 수 없다.
(2018. 12. 21. 19시 2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