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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화가의 현실 그리고 소망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8.12.27 19:13 수정 2018.12.27 19:13

황 연 화 화가
중원대학교 교수

또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봄이 오니 꽃이 피고 진다. 그리고 싱그러운 여름이 오고 가을에 더위도 지치고 물러가니 가을의 기운이 단풍으로 가득하다. 그것도 잠시 반가운 눈도 오고 추위가 성큼 다가오니 올 한 해도 후딱 지나가버린다.
나라는 남북이 서로를 갈망하며 이런 저런 협상의 카드를 들고 국제적으로도 주시를 받고 있고 안으로는 정착되지 못한 사회전반적인 불안과 불균형으로 믿음이 많이 퇴색되어가고 있다.
그만큼 경기가 없고 물가는 오르니 국민들은 옆 눈을 돌리기가 쉽지 않는 시대를 겪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취약한 예술, 특히 미술시장은 어제나 오늘이나 한마디로 고사 직전이다.
80?90년대 IMF 이전에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유도 있고 경제적 흐름에 편성하여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는 그림 몇점 정도는 걸어 두는 여유가 있었다. 유명화랑에서도 작가를 초대하여 이윤을 남기며 화랑도 화가도 자부심이 대단한 시기였다. 전시 한번으로 아파트도 사고 고급 직업처럼 생각하며 작품에 정열을 불사르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림 주문도 들어오고, 미술 상인과 고객들도 화가의 화실을 방문하는 일이 허다하였다.
그리고는 갑기기 벼랑에 섰다. 금융실명제, IMF, 오랜 불경기 등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침체가 되다보니 미술시장도 한파를 겪으며 온갖 자구책과 신종 경영방법까지 동원되어 보지만, 실제 작가들이 활동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없는 빛 좋은 개살구만 돌아다니는 지도 모를 일이다.
미술품 경매시장도 생겼지만 부작용만 되풀이하며 오히려 화랑경영만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고, 국내외 수많은 아트페어들은 작가들의 무리한 참여경비(부스임대료) 부담으로 작가들의 경제력마저 바닥을 훑고 지나가버린다.
그렇다고 작품이 팔리는 것도 아니다. 어쩌다 한두 점 팔리면 대단한 소문으로 돌 정도이다. 어느 중견작가의 말을 빌리면 10호(52.7x42.7cm) 한 점을 팔면 100만원을 받으면 화랑에서 반을 떼고 카드수수료를 제외하면 겨우 30 만원 작가에게 돌아온다며 하소연한다.
그것도 양호하다. 국내의 아트페어를 돌아다니며 작가들의 어려운 약점을 이용 20만원에 작품을 거두어 다니는 약삭빠른 고객들도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작품에만 매달리는 전업 작가들에게는 참 슬픈 현실이다.
옛날에는 극장 간판이나 건축물 색칠, 카드 연하장 장사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미술대학 출신들도 많았지만 그 후 경제가 활성화 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다시 건물이나 거리에서 페인트 통을 들고 벽화를 그리는 작가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전국의 빈 공간은 벽화그림으로 채워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경쟁이 치열하고 전문회사까지 생기는 마당이라 작가에게 직접 돌아오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건물에 세우는 각종 조형물도 미술협회나 법인, 사업자 등록이 되어있어야 그마저도 덤벼 볼 수가 있고 광고사들의 사냥감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상황과 분위기가 미술에만 국한되어 걱정꺼리가 없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술인들이 할 수 있는 범위라면 순수한 미술인들이 혜택을 보고 제대로 대접을 받았으면 한다. 미술인들 역시 어려운 상황을 희생하며 전시회를 무리하게 열어야하고 참가를 해야 하는지도 각성을 하여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작가라면 화랑이나 아트페어의 유혹을 잘 정리할 필요가 있다. 초대전의 타이틀도 중요하지 않다. 옛날과 달리 그런 간판은 달아 달라면 화랑들은 대부분 응해 준다. 스스로에게 믿음을 갖고 내년 이때쯤에는 뒤 돌아 보아도 실망하지 않았던 한 해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작가의 마음을 그릴 것인가? 고객의 시선을 훔칠 것인가를 분명히 기준도 세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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