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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줄 수 있으면 행복할 수 있다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8.12.18 20:26 수정 2018.12.18 20:26

김 수 종
뉴스1 고문

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저문다. 연말이 되면 기업이나 개인이 한해를 되돌아보며 정리한다. 그리고 공동체나 이웃을 위해 기부를 한다. 기업 총수에서부터 평범한 시민들이 나서는 기부 문화가 사회를 훈훈하게 한다. 사회단체나 재단법인들이 어떤 분야에 공헌한 단체와 개인에게 상을 주고,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장애인이나 불우이웃에게 지원금을 전달하는 행사를 한다. 역시 이런 일에는 기업과 기업인의 역할이 크다. 서울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은퇴한 중소기업가들이 조용히 공동체에 기여하는 경우가 있다.
제주도에서 덕산문화재단을 만들어 지역 공동체에 기여하는 김명신 이사장도 그런 한 사람이다.
올해 여든 살인 김 씨는 연말이면 부산하다. 각급 학교에서 어렵게 학업을 이어가는 청소년들이나 장애인 학생 약 20명을 선정하여 장학금을 지급한다. 그리고 지역사회를 위해 특별한 활동을 한 단체나 개인을 선정하여 ‘덕산문화상’을 수여하고, 수시로 문화단체에도 도움의 손길을 준다. 덕산문화재단은 규모는 20억 원 정도로 작지만 매년 이런 일에 3000만~4000만 원을 쓴다.
김명신 이사장이 거의 40년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청소년기의 척박한 삶이 바탕이 되었다.
그의 고향은 소설가 현기영의 작품 ‘순이 삼촌’의 배경인 제주도 ‘북촌마을’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북촌마을에 돌아온 소년 김명신은 몇 년 후 350여명의 주민이 하루에 총살되는 4·3사건의 가운데 놓인다. 여러 친척들이 졸지에 죽는 아수라장 속에서 다행히 그의 식구는 제주시로 피신했다.   
그 후 그의 삶은 신산했다.
신문배달을 하며 중·고등학교를 다니다 10대후반 부산으로 뛰쳐나와 고학으로 야간상고를 나왔다. 은행에 취직한 그는 경남 진주에서 근무했고, 그게 인연이 되어 만든 회사 ‘대림화학’이 그의 활동 기반이 되었다.
학교 다닐 때 너무도 힘들었던 그는 1979년부터 500만원을 출연하여 장학재단을 만들어 모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시작했다.1999년 재단법인을 출범시켜 각 급 학교 학생들에 장학금 지급, 사회복지시설 및 장애청소년 지원, 체육특기자를 지원했고 덕산문화상을 만들었다.
김 이사장은 맨주먹으로 사업을 키웠던 진주에서도 장학재단을 만들어 15년 전 은퇴할 때까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장학사업과 더불어 어린이가장, 장애인 등 어둡고 그늘진 곳에 폭넓게 지원하기 위해 문화재단을 만들게 되었고, 제주를 위해 공헌하거나 봉사한 개인과 단체에게 문화상을 시상하고, 학술단체 등에도 조금씩 지원하고 싶다”
비록 작은 지역사회지만 김 이사장은 도와줄 일로 마음이 가득하다.
지난 15일 장학금 지급식과 문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 19회 덕산문화상은 제주YMCA가 수상했다.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YMCA는 사회단체가 별로 없던 시절 지방의 청년 문화와 봉사활동의 중심역할을 해왔는데, 제주YMCA는 한국전쟁 중인 1951년 설립되어 청소년선도와 봉사활동을 해온 제주의 대표적 NGO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다. 인구 5000만 명 이상 되는 국가로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 되는 나라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에 이어 한국이 7번째라고 한다. 국가 경제규모로 보면 한국도 대단한 수준에 와 있지만 소득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팍팍하기 이를 데 없는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동체와 다른 사람을 위해 기부하는 것은 가치 있는 삶의 한 방법인 것 같다. 줄 수 있는 것은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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