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일 인도네시아 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결승전에서 대한민국이 일본을 꺾고 우승했다. 이번 우승으로 대외의 많은 신문들의 관심은 토트넘 손흥민 선수의 군 면제였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병역법 33조의7과 병역법 시행령 68조11 등에 따르면 체육요원으로는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가, 예술요원으로는 국제 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국내 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 중요무형문화재 전수교육 5년 이상 이수자 등이 편입된다. 이들은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만 받고 사회에 나와 체육 및 예술 분야에서 34개월간 근무하며 특기활용 봉사활동을 544시간 하는 것으로 병역을 마치게 된다. 사실상 병역 면제인 것인데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모두 42명이 병역 면제 대상이다. 단체전은 단 1분이라도 뛰었으면 해당된다.
운동선수 병역 특례는 45년 전인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 금메달을 딴 양정모부터 시작되었으며, 약 900명 정도가 대상이 됐다. 1990년 이후로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군 면제 기준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는 ‘4강’도 해당됐다.
병역면제, 국력이 미미하였던 때 국위선양 차원
국력이 미미하던 시절 ‘국위 선양’이나 ‘문화 창달’ 차원에서 생긴 제도지만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접어든 시점에 국위 선양만으로 병역 특례를 적용해야 하는 지에 많은 국민들이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다.
2012 런던 올림픽 때 축구 3?4위전에서 한국이 일본과 맞붙었다. 박빙의 예상을 깨고 우리가 2대0으로 이겼다. 당시 일본 쪽에서는 “군면제 받으려고 뛰는 한국팀은 당해낼 수 없다.” 미국 TV도 ‘병역’ 얘기를 꺼냈다. 몸싸움이 벌어지면 “한국팀이 악착같이 덤빈다”고 하고, 경기 뒤엔 “군대 안 가게 된 걸 축하한다”고 비꼬았다. 얼굴 화끈거린다는 교민이 많았다(조선일보, 2018.9.3. 인터넷).
이번 아시안게임도 상황이 비슷했다. 영국 BBC가 한국 축구팀 소식을 자세히 보도했는데, “토트넘 손흥민은 군 면제를 위해 참가하고 있다”, “손이 결승전 승리로 군 문제에서 자유로워졌다”는 보도가 그것이다. 영국 소셜미디어에서 소속팀 감독과 팬들 축하가 쏟아졌으나 그것 또한 ‘경기 내용’이 아니라 ‘손흥민 군 면제’가 관심사가 되었다.
병역면제 수단으로 전락한 스포츠 경기
연합뉴스가 보도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09년부터 올해 7월까지(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제외) ‘예술요원‘에 편입된 사람은 280명, ‘체육요원’에 편입된 사람은 178명이었다.
280명 중 절반가량(138명)이 국내 대회 수상자였다. 동아국악콩쿠르 수상자가 45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30명), 동아무용콩쿠르(20명),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20명), 온나라국악경연대회(17명) 등이었다.
국제 대회 수상자들도 국내에서 개최된 국제대회의 수상자들이 많았다. 서울국제무용콩쿠르(33명), 코리아국제발레콩쿠르(7명), 제주국제관악콩쿠르(7명),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6명), 서울국제음악콩쿠르(5명),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3명) 등이었다.
체육요원은 아시안게임을 통한 편입이 119명, 올림픽을 통한 편입이 59명이었다. 대회별로 보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이 66명으로 가장 많았고,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42명,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명, 2012년 런던올림픽 13명 등이었다.
병역 면제라는 ‘당근’, 선진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징병제를 택한 국가는 13개국으로,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국위선양을 이유로 병역면제 또는 혜택을 주는 나라는 없다.
국위선양을 했다는 이유로 병역면제 혜택을 주는 OECD 국가는 없다는 것이 언론의 보도다. 선진국의 예는 다음과 같다. 터키는 약300만원의 기여금을 내면 군복무 면제 혜택을 주며, 2015년부터 시작된 이제도는 모든 징병 대상자가 신청할 수 있다. 그리고 터키를 주적으로 삼는 그리스는 만35세까지 군대 가지 않으면 그 후 약 1,100만원의 병역세를 납부하면 군 복무가 면제된다. 그리고 독일은 연봉의 일부를 국가에 납부하면 병역을 면제하는 경우가 있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사실은 그러한 제도가 없다고 한다. 다만 운동선수들을 스포츠부대와 같이 비전투부대에 귀속시키기도 하고 체육특기자 등을 위해 체육부대를 운영하기도 한다고 한다. 대만 같은 경우는 이미 모병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스위스에서는 사병도 34세까지만 의무 복무를 채우면 되므로 운동선수들이 운동을 지속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또 신체?건강상 이유로 군 복무가 면제되면 장애인이 아닐 경우 30세가 될 때까지 소득의 3%를 국방세로 내야 하는 제도도 특징이다.
‘방탄소년단법’과 ‘군면제폐지법’
최근 국회에서 속칭 ‘방탄소년단법’과 ‘군면제폐지법’안이 제출되어 세간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하다.
전자는 국위를 선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군복무를 면제하여 그에 상응하는 보상(報償)을 주자는 견해이고, 후자는 병역면제와 국위선양을 직접 연계하는데 반대하는 입장에서 아예 군면제 자체를 없애자는 입장과 지금처럼 운영하는 직접 방식을 배제하고 다양한 방식에 의한 면제를 허용하자는 어느 정도 중립적 입장이 있어 보인다.
어떤 제도라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유지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의 병역면제 제도를 그대로 유지함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 다수로 보인다.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입장이 아닌가 한다.
공정하다는 의미는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고, 결과가 어느 정도 균등’함을 의미할 것이다. 축구선수를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공정하다는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다. 즉 현재의 순위에 따른 결정보다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순위에 관계없이, 국가대표에 소집되어 훈련한 날과 시합에 참여한 날을 합산하고 거기에 필요시 가산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대체복무를 한 것으로 하는 방안이 하나이다.
일정 기간 국가 대표 경력과 함께 해외 팀으로 이적시, 병역 의무 수행을 위한 입대 시한을 보다 넉넉하게 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팀에서 충분한 역량 발휘 후 병역 의무를 나중에 수행하게 하는 것도 다른 하나의 방법이다.
우선, 위의 예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되었을 경우에만 국가를 위해 기여한다는 단정(斷定)에서 기회의 ‘공정성’이 주어지지 않는다. 국가에 대한 기여는 국가대표로 선발되었을 경우만으로 국한하게 되면 개인적인 능력에 따른 국가에 기여한 것에 대해서는 보상이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즉 방탄소년단은 안되고 손흥민은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다음으로 사회는 다양한데 평가수단이나 그 잣대는 단순함에 불평등이 야기 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경기에 1분을 뛴 경우와 300분을 뛴 경우를 동일하게 평가하기도 하고, 군복무시기를 고정함으로써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할 수 없는 문제가 야기되기도 한다.
기회를 균등하게 준다는 의미에서 병역면제 제도 자체를 없애기 보다는 제도 자체는 광범하게 인정하는 대신에 봉사활동에서 주어지는 누진점수제처럼 세밀하게 나누어 쌓아서 얻어지게 하는 것이 공정이라는 정의감에 일치할 것이다.
‘병역면제’, 공정한 제도로 재정립 필요
다른 한편으론 스포츠 등의 경기에서 ‘당근’으로 병역면제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전근대적이 아닌가라는 비판이다. 당근과 채찍이 장기적인 능력발휘에는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심리학적 연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창시자인 에드워드 데시 미국 로체스터대 교수의 이른바 ‘소마(Soma) 퍼즐 실험’에서 보상을 주지 않은 그룹이 훨씬 많은 흥미와 몰입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동기유발 수단인 ‘당근’의 일종으로 ‘병역면제’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결과는 우리가 지금까지 축구, 야구 등에서 운영해온 행태를 보면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인 프로선수가 선발되어 경기에 뛰지도 못하면서 병역면제가 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형태는 기회가 균등하지 않음은 물론 결과도 전혀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당근으로 주어지는 보상이 많은 사회구성원이 공감하고 결과적으로 다수가 수긍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병역면제의 행태는, 구성원을 전혀 즐겁게 해주지 못하므로 반드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여 공정한 제도로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