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었다. 한편 두려웠다. 전자는 필자에게도 고정칼럼공간이 생겨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된 까닭이고, 후자는 그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하면 감정의 첨삭 없이 순수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이다.
필자는 올해 초에 “ToT를 아십니까?”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 암을 경험하면서 느꼈던 작은 일상의 느낌을 솔직하게 글로 표현한 책이다. 2017년 통계청 발표 자료에 의하면, 2016년 그 해 전국 신규 암 등록환자가 27만 명 이상에 이르고, 암 사망자는 8만 명 정도, 현재 암 생존자도 161만 명 이상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기에 누군가가 암 경험한 이가 당신뿐이냐고 힐난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때 내게는 눈앞이 캄캄하고 엄청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필자는 나 자신을 다시 일으킬 어떤 도구가 필요했다. 그것은 앞으로의 내 삶을 안내해 줄 뿐만 아니라 성장시켜 줄 나만의 비법이 되어야 했다.
드디어 찾았다. 필자는 그것을 ‘ToT’로 이름 지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내 삶의 유일한 정답으로 가는 첩경, 바로 ‘ToT’다. 이것은 삶을 근본을 바꾸는 ‘Turn of Thinking, 사고의 전환’인 것이다. 가장 어려운 시기가 가장 좋은 기회라는 것을 강조하고 다녔다. 주변에선 그런 필자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ToT’를 통해 나는 보란 듯이 암 완치 판정을 받았고, 투병과정 속에서 도전하게 된 두 번째 다닌 대학에서는 전체수석 졸업을 하기도 했다.
좌절할 때도 많았다. 그러나 고통 속에서 얻는 기쁨이 진정한 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암이라는 삶의 큰 장애를 극복하면서 얻은 수많은 고통을 오히려 나는 고맙게 여긴다. 만약 그 때 암을 맞이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내가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바로 ‘ToT’ 덕분에 생겨난 사고의 전환이다.
돌이켜보면, 세상 모든 일이 제자리에서 그냥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 같지만, 모두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첫 대학에서의 작곡공부가 내게 섬세한 감성을 심어준 것이 그렇다. 세상 살아가는 이치를 오선지의 높낮이로 표현하라 가르침을 받았으니. 두 번째 대학에서는 현실적 삶의 단편들을 하나의 드라마로 엮어내는 방법을 배웠다. 경험한 세상의 높낮이를 모두 편집해보라는 뜻일 게다. 역시 ‘ToT’ 덕분이다.
암과 싸우면서 그동안 몰랐던 세상사 의미와 일상의 하루가 주는 기쁨을 뼈에 새기도록 하는 선구자적 고통을 받았다. 필자는 그 때부터 나에게 더욱 철저해지기 시작했다. 삶의 방식이나 생각의 모양이 바뀌기 시작했다. 감사했다. 매일을 겸손하게 시작했다. 매일을 출발선상에 있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남들은 이만한 나이 때 다 이루고 쉴 때이지만, 나는 이제야 출발했으니 늦은 건 분명해 보였다. 그래도 내겐 다른 이들이 가지지 못한 나만의 강점 ‘ToT’가 이미 자리 잡고 있었기에 당당했다.
‘ToT’ 전에는 여유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모자람도 좋아하게 되었다. 시간은 늘 모자랐다. 책을 만들고 싶었지만 용기가 모자랐었다. 하루 밤을 원고정리로 써버리고 나면 다음날은 나의 에너지도 모자랐고, 나를 오해하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설명할 기회도 늘 모자랐다. 그런 결핍이 나를 굳건히 한 것도 역시 ‘ToT’다.
나는 지금까지 특별히 자랑할 게 없지만, 그러나 “삶의 지혜란, 굳이 내가 무언가를 많이 해서 쟁취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편안한 멈춤 속에서 자연스레 드러난다는 간단한 진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한 혜민 스님의 말씀처럼, 비록 작은 발자취지만 그동안의 나를 한 번 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전하고 싶은 자연스런 말을 ‘ToT를 아십니까?’ 라는 필자의 책으로 말문을 열었듯이, 앞으로도 본 칼럼을 통하여 나만의 ‘ToT’를 선보일 참이다.
이제 나만의 이런 고정칼럼 기회가 생겼으니, 그 전달방법을 쉽게 찾은 셈이다.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릴 수 있게 되었고, 스스로의 이정표를 찾을 수도 있게 되었다. 아프면서 겪은 고통이 어쩌면 필자가 앞으로 써야할 새로운 ‘ToT’의 주된 흐름이 될 것이다. 혹시라도 평소 다하지 못했던 말들은 꼼꼼히 챙겨두었다가 잘 꺼내어 쓸 것이다.
작은 목소리지만 따뜻한 칼럼을 쓰고 싶다. 다른 이가 미처 보지 못한 세상사를 담아내고도 싶다. 칼럼 고유 영역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가슴으로 다가가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주어진 시간을 필자만의 ‘ToT’로 보답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