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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다모가 한국어로 노래를 부른 까닭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8.11.07 17:53 수정 2018.11.07 17:53

이 성 주
코리아메디케어 대표

쌀쌀한 11월의 첫날입니다. 걸핏하면 고독해지는 ‘가을 남자’들은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어깨 움츠러들겠네요. 차디 찬 바람도 삽상하게 느끼시면 좋을 텐데….
1943년 오늘은 가을바람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 살바토레 아다모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코미조의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날입니다. 저는 샹송 가수여서 당연히 프랑스인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탈리아에서 태어났고 스스로는 벨기에 사람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벨기에의 광산에서 일하기 위해 이민을 갔고, 아다모가 어린 시절부터 벨기에에서 컸기 때문입니다.
아다모는 가난한 집에서도 주눅들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 칸초네를 들으며 컸고 빅토르 위고, 쟈크 프레베르 등의 문학을 즐겼습니다. 14세 때 작사 작곡한 노래로 지역 노래자랑에서 1등을 차지했고, 17세 때 룩셈부르크 라디오 방송이 개최한 노래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목소리의 호소력은 빛이 났습니다. 한 음반회사가 라디오에 흐르는 노래를 듣고 연락해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듬해 데뷔음반을 냈습니다.
하지만 가족과 친척이 산 517장이 판매량의 전부였습니다. 한마디로 대참패였습니다. 그러나 큰 실패는 큰 보약이라고나 할까요? 이듬해 ‘Sans Toi Mamie(그대 없이는)’가 그를 세계적 가수로 만듭니다. ‘모든 게 끝났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대의 신뢰를 잃었다는 걸’로 시작해서 연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달라는, 평범한 가사가 독특한 선율과 음색에 실려 세계 곳곳으로 울려 퍼집니다.
아다모는 벨기에에서 쓰는 프랑스어, 독일어, 네덜란드어뿐 아니라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등을 자유롭게 구사합니다.
심지어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는 1980년 JTBC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동양방송이 신군부에 의해 문을 닫을 때, 고별방송에 특별출연해 한국어로 자신의 대표곡 ‘Tombe La Neige(눈이 내리네)’를 불렀습니다.
아다모는 협심증으로 심장 시술을 받았지만 유니세프 홍보대사를 맡아 베트남, 레바논, 보스니아,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자선공연을 펼치며 멋진 삶을 이어갑니다.
지난달 차가운 바람에 첫 눈이 온 곳도 있고, 이번 주에 첫눈이 오는 곳도 있습니다. ‘눈이 내리네’를 들으면서 아다모를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긍정적 마음, 실패를 보약 삼는 정신, 평범함의 호소력, 차디찬 환경을 이기는 멋진 봉사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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